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그린벨트 결과 공유 파티 '용감한 여정'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박지현 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당권 도전이 사실상 좌절됐다. 당무위원들도 피선거권 자격이 없다는 비대위 결정에 동의하면서 박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는 길이 없어졌다. 박 전 위원장의 명분 부재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당내 그를 옹호하는 의원은 이원욱 의원 외에는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제2의 이준석에 비교되면서 이재명 의원의 대항마로 떠올랐지만 이번 논란으로 청년정치는 퇴색되고, 불공정·특혜 이미지만 떠안게 됐다는 분석이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무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열고 “박 전 비대위원장의 출마 자격 관련한 논란이 있는데, 비대위에서 당무위에 안건으로 회부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계속해서 박 전 위원장이 의견을 제시해서 안건은 아니지만 (당무위원들의)의견을 물었다”며 “당무위는 비대위 의견을 존중한다고 만장일치로 정리했다”고 했다. 우 위원장은 박 전 위원장의 뜻에 따라 당무위원들의 의견을 한 차례 물었고, 이에 당무위원들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채 비대위 의견을 존중하는 것으로 정리가 됐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또 민주당 한 관계자는 “박 전 위원장이 원한다면 후보등록 신청은 할 수 있다”면서도 “자격 자체가 없기 때문에 접수가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호중,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 등 비대위원들이 지난달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총사퇴 의사를 밝히는 입장문을 발표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 논란으로 박 전 위원장이 얻은 득보다 잃은 실이 컸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공정·혁신·쇄신의 기치를 들고 청년정치의 선두에 섰지만, 오락가락 입장으로 명분만 퇴색했다는 설명이다.
앞서 박 전 위원장은 지난 2일 당권 도전을 선언했다. 하지만 입당한 지 불과 4개월 밖에 되지 않아 당헌당규상 출마 자격 미달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박 전 위원장 스스로도 "당대표 선거에 나가려면 당원 가입을 한 지 6개월이 지나야 하는데 제가 아직 당원 가입한 지 6개월이 안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의 예외 허용을 촉구했고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다. 박 전 위원장은 다음날인 3일 “당헌당규에 다오는 ‘당무위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에 따라 처리하면 된다”며 “실제로 이 규정에 따라 지방선거 때 김동연 후보도 비대위와 당무위 의결을 거쳐 경기도지사 경선에 참여했다”고 재차 압박했다. 그러면서 “당헌당규에 따라 처리해 주면 그 결과에 따르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지난 4일 “예외를 인정할 불가피할 사유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당무위에 박 전 위원장 출마를 위한 예외조항을 안건으로 상정해 토론하도록 부의하지 않기로 했다”고 결정했다. 박 전 위원장은 그러자 결과에 따르는 대신, 자신의 비대위원장 시절을 언급하며 피선거권이 이미 자신에게 부여됐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중앙위는 지난 4월1일 박 전 위원장에 대한 인준안을 상정해 찬성 413표(84.46%)로 의결한 바 있다. 박 전 위원장은 이때 피선거권을 부여받았고, 당헌당규상 이를 박탈한다는 조항이 없어 현재까지 피선거권을 가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했다. '사실상 당대표인 비대위원장은 되고 당대표는 안 된다는 거냐'는 논리였다.
논란 속에 이원욱 의원이 또 다시 나섰다. 그는 “박 전 위원장을 토사구팽하려 하냐. 당이 청년을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존재로 여기는 모습으로 보이지 않는가”라고 지적하며 '박지현 지킴이'를 자처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원들이 동의하지 않으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소신발언을 하며 비대위원으로 박 전 위원장과 호흡을 맞췄던 조응천 의원마저 “너무 나갔다”며 “비대위원장은 선출직이 아니라 임명직이다. 당 대표, 당직은 당헌당규상 6개월을 채워야 한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에 경우가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박 전 위원장은 당에 서운한 마음을 표현하면서도 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저를 계륵 취급하고 있다”면서 "필요할 땐 온갖 감언이설로 회유해 이용해 먹고, 자신들의 기득권에 도전하려고 하니 언제 그랬냐는 듯 토사구팽을 하는 이 정치판에 남아 있는 것이 옳은지 저 자신에게 묻고 또 물어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처음 정치를 하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법으로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였는데 제대로 시작도 못하고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다”면서 “성범죄가 사라지고 피해자가 아프지 않는 그 날까지 저는 끝까지 정치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