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조직 역량 강화 등을 통해 수사력을 키우겠다고 약속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예산권을 쥐고 있는 정부·여당이 내년도 예산 삭감을 빌미로 공수처에 압박을 가하는 모습이다.
지난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역대 최대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했으나 공수처의 수사지원 등 사업 예산은 위축됐다.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등에 따르면 윤 정부 들어 올해 공수처 2회 추가경정 세출예산안은 197억7700만원으로 지난 2월 문재인 정부 당시 의결된 1회 추경 예산(200억원) 대비 2억2200만원 감소했다.
공수처 추경 예산 197억7700만원 중 인건비가 39.1%(78억1600만원), 사업비 38.9%(76억900만원), 기본경비 21.6%(42억7100만원) 등을 차지한다.
공수처 사업 내역 중에서는 수사지원 및 수사일반, 인건비, 기본경비 등의 사업 예산이 감액됐다. 수사지원 및 수사일반 예산(25억2800만원→ 23억6300만원)이 가장 많이 줄었으며 이어 공수처 운영 경비(25억9800만원→ 25억5300만원), 인건비(78억2800만원→ 78억160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공수처 수사 관련 예산의 경우 일반수용비(6억1600만원), 사업추진비(7000만원), 국내여비(3억7000만원), 특수활동비(1억2300만원), 특정업무경비(4억9500만원) 등으로 분류되는데 지난 4월 기준 실집행률은 각각 4.9%, 36.6% 5.4%, 35.7%, 27.9%로 집계됐다. 특정업무경비(1억3800만원)를 가장 많이 썼으며 실집행률은 특수활동비(4500만원, 36.6%)가 가장 높았다.
공수처 뿐 아니라 법무부, 대법원, 헌법재판소 등 대부분의 법조기관 예산이 본예산 보다 삭감됐다. 다만 법무부 등은 본예산 대비 감액률이 0%대인 반면 공수처 감액률은 1.1%다.
지난해 공수처는 출범 당시 국회 승인을 받지 않는 예비비로 예산을 편성했다. 공수처 예비비는 232억원 규모로 파악됐다.
수사 관련 예산 실집행률, 정원 등 감소에 따라 예산도 점차 줄어드는 모습이다.
현재 공수처는 그간의 수사력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논란이 됐던 사건사무규칙을 개정하고,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를 구축해 이달부터 시행하며 수사 실무 교육 강화, 우수 인력 확보에 사활을 거는 등 쇄신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디지털포렌식 장비를 도입하고 현장용 디지털포렌식 도구를 개발함으로써 범죄 수사에 필수적인 디지털증거의 수집·분석 기법 연구 및 증거물 관리 등을 위한 체계적 인프라도 구상 중이다.
특히 독립 수사기관임에도 행정부가 관리하는 정부과천청사에서 사실상 ‘더부살이’하는 상황에서 청사 이전 작업도 계획하고 있다.
이처럼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여당 측은 공수처의 인지 수사 건수, 구속 기소 건수 등을 문제 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가 조만간 수사 검사, 수사관 등 인력을 충원한다 해도 예산 지원이나 공수처법 개정 등 제도적 뒷받침 없이는 수사 대상만 7000여명 규모인 상황에서 근본적 해결이 여전히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현판.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