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약 먹으면 이렇게 달라져요. 운동할 필요도 없어요. 제 옛날 사진 보세요. 어마어마하죠? 저처럼 되실 수 있어요. 일단 살을 뺀 다음에 사람들이 비결을 물어보면 알려주시면 안 돼요. 그때부터 영업을 하셔야죠.”
2월 24일 오전 서울 중구 민생사법경찰단에서 김해수 방문판매수사팀장이 1300억 원대 불법 다단계 코인 판매 조직 검거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카페에서 업무를 보다 오랜만에 요란한 영업 소리가 귀를 때렸다. 따발총을 닮은 공격적인 영업에 시선을 돌려보니 두 사람의 판매원이 한 사람을 향해 영업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순진한 얼굴을 한 고객(?)은 잠자코 공격을 받아내고 있었다. 다이어트 판매약 등을 판매하는 이 다단계 업체는 판매에 따른 여러 등급과 인센티브를 낱낱이 소개하며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바야흐로 다단계가 돌아왔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많은 확진자를 낳으며 비말로 인한 감염의 온상이 된 다단계판매업이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함께 속속 현장으로 복귀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다단계 업체는 큰 피해를 입었다. 문을 닫고 수많은 곳들이 폐업을 했다. 당연히 매출은 크게 떨어졌다. 판매원 수도 급감해 사회적 문제가 되곤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불법 다단계 업체가 줄어 피해도 함께 줄어드는 의외의 순기능도 있었다.
이제는 그동안 살아남은, 혹은 새로 진입한 다단계 업체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물론 불법 다단계 업체도 함께. 때문에 한동안 다단계에 대한 경계를 늦추고 살던 이들이 하나 둘 피해자가 되고 있다. 특히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다다계가 늘면서 일부 지자체의 경우 불법 다단계 관련 설명회나 세미나 모임 참석을 금지하는 포스터를 만들기도 했다.
반가운 일상 속에는 잊고 지냈던 위험도 함께 있다. 방역도, 경계도 느슨해지지 않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