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라는 높은 파도가 소상공인을 덮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자영업자들의 숨통이 트이는 듯했으나 최근 경제환경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는 모습이다. 자영업자들은 그동안의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영업시간을 늘리며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이미 경제적 체력이 약해진 상황이라 새롭게 닥쳐온 위기를 버텨내기가 만만치 않은 현실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가 다시 재유행 조짐을 보이면서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삼중고 이상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실태를 2편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올해 2월 카페 문을 연 A씨는 악몽 같은 시간을 겪었다. 설 연휴 이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폭증하면서 코로나19 기간 중 가장 많은 확진자가 쏟아졌다. 당시 수십만명이 자가격리를 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때보다 더한 상황이 벌어졌다. 집밖에 나올 수 있는 사람 숫자가 급감해 본인 카페는 차치하고 거리 자체가 한산했다. A씨는 개업시기를 이때로 잡은 것에 대해 자책하며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같은 업종이 있던 자리여서 단골을 기대했지만 알고 보니 단골이 거의 없던 가게였다. 설상가상으로 가게 운영을 시작하자마자 포장재, 용기 등의 원자재 가격도 올랐다. A씨는 "'이제는 끝나겠지' 했던 예상들이 모두 빗나가면서 고민이 많았다"며 "하는 수 없이 당초 계획보다 길게 새벽 2시까지 영업을 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를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었던 B씨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대출을 받아 2억6000만원의 빚을 졌다. 코로나19 이전의 대출 비용과 합치면 총 5억4500만원의 빚이 남아있는 셈이다. 최근 금리가 치솟으면서 B씨는 한 달에 20만원 가량 이자비용이 늘었다. B씨는 "정부가 자영업자 빚 탕감을 해준다고 나섰지만 50% 이상 탕감을 해주거나 이자를 획기적으로 줄여주지 않는 한 타격을 계속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소상공인들에게 지원되는 지원금은 올해 2분기 손실보전금 지급을 끝으로 사실상 막을 내린다. 더 이상 소상공인들은 지원금을 통한 추가 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남은 기간 동안 영업을 통해 빚을 줄여나가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금리가 추가적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소상공인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새정부 업무계획 보고 내용을 보면 코로나 회복 지원을 마무리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손실보전금은 오는 8월 말까지 집행완료하고, 올해 2분기 손실보상금 지급은 9월로 예정했다. 중기부는 코로나19 피해 회복을 위한 지원을 차질 없이 마무리하겠다고 보고했다. 대신 소상공인의 복합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초저금리 대출 대상을 손실보전금 수령자(기존 방역지원금 수령자)로 확대한다. 초저금리 대출 한도도 기존 1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상향한다. 또 7월과 9월에 걸쳐 고금리(7%↑)를 저금리(4~7%)로 전환하는 대환대출을 8조7000억원 규모로 실시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소상공인들의 체질이 많이 약화돼 있다. 장사도 안 되는데 비용은 나가는 상황"이라며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새롭게 메뉴를 개발하거나 가게를 개선해야 하는데 투자 여력도 없다"고 설명했다. 폐업한 이들의 경우 새롭게 영업을 재개해야 하는데 이들이 가진 자본 여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제대로 된 정책을 하기 위해서는 소상공인의 실제 고민을 잘 파악하는 것부터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이 교수의 의견이다. 이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바뀐 소비행태를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부터 필요하다. 돈을 쏟아붓는데 양동이에 물이 제대로 고이지 않고 있다"며 "이를 방지하려면 정확하게 소비행태를 조사한 뒤 여기에 맞는 대응을 해야 한다. 이것이 가장 급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다 코로나19가 재유행 조짐을 보이면서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소상공인들의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당장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재가동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상황이 악화되면 이도 장담할 수는 없다.
19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7만3582명을 기록하며 83일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지난 4일부터 16일째 확진자가 두 배씩 늘어나는 주간 더블링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다음 달이면 하루 30만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있기 때문에 기존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에다가 불확실성까지 함께 있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