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넷플릭스까지 진출한 성소수자 부모들
입력 : 2022-07-19 오후 5:07:26
지난 16일,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린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취재차 참석했다. 기업 출입처가 이곳에 부스를 열어 취재하러 간다는 것부터 생경했다. 퀴어축제는 그동안 취재 목적으로는 사회부, 문화부 출입 정도만 드나들곤 하던 분야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3년 만에 열린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대형 무지개 깃발이 펼쳐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독교단체들과 대치하고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느지막이 찾은 행사장은 예년과 분위기가 달랐다. 비가 오는 바람에 물에 젖은 생쥐 행색을 하고도 참가자들은 웃고 있었다. 대치와 갈등보다는 자유를 만끽하는 분위기가 훨씬 우세했다. 대부분 귀가했을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고 많은 이들이 축제 끝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여러 부스를 살피면서 애타게 ‘성소수자 부모모임’ 부스를 찾았다. 지난 2018년 기획 취재로 연을 맺은 이 모임에서 부모님들의 눈물과 미소, 바람을 모두 곁에서 봤다. ‘내 새끼’ 상처받지 않게 하려고 부단히 움직이는 부모님들의 노고를 알기에 꼭 인사를 드리고 싶었다.
 
겨우 찾은 부스에는 새로운 얼굴들이 있었다. 인사를 드리려 해도 아는 얼굴이 없어 자기소개만 하는 형국이었다. 2018년 봤던 부모님들은 퍼레이드 중이어서 조금 이따 도착할 예정이라 했다.
 
부모님들을 기다리는 과정에서 행사에 참여한 퀴어들과 잠시 소통했다. 그들이 추는 최신 걸그룹 댄스, 관악기 공연을 함께했다. 취재차 기업의 퀴어축제 참여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국내 기업도 참여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는 답변이 꽤나 씁쓸하게 느껴졌다.
 
다시 찾은 성소수자 부모모임 부스에는 저 멀리서도 알아볼 법한 부모님들이 계셨다. 환하게 인사하자 더 환한 미소로 “기자님”하며 반겨주셨다. 올해는 예년보다 참가자들이 훨씬 많았고 분위기도 훨씬 좋았다고 설명해 주셨다. 속으로 올해는 더 많은 성소수자들을 안아주셨겠구나 생각했다.
 
비비안님이 “아참, 넷플릭스에도 올라갔어요” 하셨다. 성소수자 부모모임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해 지난해 11월 ‘너에게 가는 길’을 개봉했다. 개봉 전 시사회도 참석했는데 그 영화가 넷플릭스에서도 유통된다는 것이다. 찾아보니 7월15일부터 그 영화는 넷플릭스에서 편하게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성소수자 부모모임을 알게된 지 4년도 채 안 되는 시간이지만 많은 분위기 변화가 감지되는 대목이었다. 축제가 끝날 무렵 폭우가 쏟아지던 행사장에는 해가 떴고 성소수자 부모님들은 부서지는 햇살을 맞으며 행사장을 떠났다. 빗물에 편견이 씻겨 내려갔기를.
 
변소인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