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소상공인들은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인한 소비심리 악화를 가장 두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소비를 줄이게 되면 소상공인들의 매출이 그대로 타격을 받는 탓이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인상 없는 '박리다매'가 답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지난 15일 서울 중구 명동에 노점상들이 영업을 하고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코로나19 대유행은 경제에 분명히 타격을 입혔지만, 그간 소비심리에는 비교적 제한적인 영향을 미쳤다. 해외 입출국이 막히면서 되레 일부 소비자들의 가처분 소득이 늘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초기, 주식과 코인 시장에 훈풍이 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시장에는 유동성이 넘쳐났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엄혹한 상황이 계속됐지만, 각종 투자로 가처분 소득을 더욱 불린 이들이 한동안 건재하면서 경쟁력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그나마 가뭄의 단비가 됐다. 그러나 올 들어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전쟁과 원자잿값 폭등, 금리 인상 등 각종 악재가 겹치고 투자시장도 악화하면서 소비가 경색되고 있다. 최근에는 '절약'을 슬로건으로 내걸며 '0원 소비'를 인증하는 분위기까지 조성되고 있다.
특히 물가와 금리 인상은 소비자들의 피부에 와 닿는 문제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물가와 배달료가 오르는 소식이 연일 보도되면서 소비자들은 심리적으로 절약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막연한 불안감이 조성되면서 소비라도 줄여야겠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극단적으로 소비를 줄이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무지출 챌린지'같이 하루에 적은 금액을 쓰고 이를 서로 공유하는 일이 일각에서 유행하고 있다. 각종 학원 수강생들의 경우 기존에 카페에서 스터디를 하던 것에서 벗어나 좀더 저렴한 장소나 학원의 빈 장소에서 공부하는 식으로 씀씀이를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이러한 소비심리 위축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이런 소비패턴이 반복되면 결국 습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어서다. 한 자영업자는 "경기가 침체되면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안 좋아져서 가장 걱정이 된다"며 "코로나19 기간 동안에도 사회적 거리두기보다 사람들의 소비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경기침체를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이 교수는 "소득이 늘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물가만 오르면 소비는 줄어들게 된다"며 "그러면 경기침체로 이어지는데 이 문제가 코앞에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소상공인들은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삼중고에 내년도 최저임금까지 올라 현재 가격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격을 유지하는 정책이 장기적으로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격을 올리지 않아야 소비자들이 계속 소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교수는 "어려운 시기일수록 일단 많이 판매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경제가 죽지 않고 돌아간다"면서 "장기적으로 보면 소상공인들을 위해서라도 가격을 유지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교수는 "힘들 때는 다 같이 가격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힘을 합쳐서 경제가 완전히 꺼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