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부산에서 전기차 아이오닉 5가 고속도로 요금소 충격흡수대를 들이받은 후 불길에 휩싸이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전기차 화재 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전기차는 외부 충격 등으로 배터리가 손상될 경우 화재나 폭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기차는 무거운 차량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 매우 높은 전압의 전기가 사용되고, 많은 전기를 저장하기 위해 높은 에너지 밀도를 지닌 배터리가 필요합니다. 근본적으로 전기로 인한 화재의 위험이 존재합니다. 전문가들은 배터리 화재의 주된 이유로 △외부 충격 △과충전 △제조 불량 등을 꼽습니다.
전기차 화재가 주목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우선 대부분의 차량 화재는 운행 중 발생하는데 전기차 화재는 충·방전 중에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지하주차장에서 발생시 피해가 상상을 초월할 수 있습니다.
인천시 계양소방서 대원들이 인천시 계양구 서운동 계양꽃마루에서 '질식소화포를 활용한 화재 진압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또 내연기관 차량은 소방서에서 출동하게 되면 바로 진압이 가능하지만 전기차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공기 중에 노출되는 순간 급격히 온도가 상승하게 되고, 열전도를 막기 위해 물을 쏟아 부으면 열폭주가 뒤따르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현존하는 기술로는 수조에 넣고 열전도를 막고 반응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소극적인 방법 밖에 없다는 것이 걱정을 배가시키는 원인입니다.
또 전기차의 안전도 검사는 일반적인 자동차 기준을 따를 수밖에 없고, 최근 부산 고속도로 사고와 같이 고속주행 중에 발생하는 사고까지 예방하려면 안전도 기준을 몇 배 강화해야 하는데, 이는 차량가격 상승을 유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보급화에 걸림돌이 되는 만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안전성을 무작정 높이는 방법은 한계가 있다고 보고, 결국 현존하는 시스템상 1회 충전 주행거리에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완충 비율을 85% 내외로 낮추고, 완속 충전을 습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충전 인프라 보급이 보다 폭넓게 이뤄진다면 크게 불편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설명입니다.
따라서 정부는 충전 인프라 구축에 힘쓰고 제작사는 충전 방식의 전환에 따른 위험률 감소 홍보에 노력해야 하고, 소비자는 다소의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공익과 환경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