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3일(현지시간) 총선 투표 마감 직후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이날 치러진 헝가리 총선에서 집권 여당 피데스가 승리해 그간 친러 행보를 보여왔던 오르반 총리는 4연임에 성공했다. 2022.4.4
[뉴스토마토 박재연 기자]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혼혈 국가는 국가가 아니다"라고 발언해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오르반 총리는 루마이나 방문 도중 연설에서 "우리는 혼혈 민족이 아니며, 혼혈 민족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라며 "(유럽인들과 비유럽인이 섞인 국가는) 더는 국가가 아니다"라고 발언했다.
이에 헝가리 야당을 포함한 유럽 고위인사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한 헝가리 야당 의원은 "소름 돋았다"며 "이 정권의 실체가 드러난 것"이라고 비난을 쏟아냈다. 이어 그는 헝가리의 혼혈 주민을 향해 "여러분은 피부색이 다를 수 있고, 유럽이나 다른 곳에서 왔을 수 있다"며 "하지만 여러분은 우리 일원이며, 여러분이 자랑스럽다"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다양성은 국가를 강하게 해주지 약하게 만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루마니아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루마니아 소속 한 의원은 "유럽에 중부, 동부 같이 뒤섞인 지역에서 민족이나 인종의 '순도'를 논하는 것은 위험한 망상"이라며 "오르반 총리의 발언 역시 그렇다"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오르반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서방측 대응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가 하는 일은 전쟁을 장기화하는 셈"이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우크라이나에 현대화한 무기를 보낼수록 러시아는 전선을 넓힐 것이다"고 주장했다.
오르반 총리는 이전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 침공 이후에도 모스크바를 방문해 양자 회담을 갖기도 했다. 헝가리가 나토 회원국인 점을 고려하면 오르반 총리의 러시아 친화적 발언은 이례적이다.
한편 오르반 총리는 이전에도 거침없는 차별 발언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18년 시장 초청석에서 "천천히 이민화가 진행되는 서유럽 도시에는 특별하게 매력적인 게 없다"며 "우리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섞인 나라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라고 발언했다. 이에 당시 유엔인권최고대표로부터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박재연 기자 damgom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