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성적 향상에 대한 부담과 욕심이 컸으며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싶었다."
광주 대동고등학교에서 전대미문의 시험지 유출 사건이 벌어졌다. 이 학교에 재학 중인 2학년 학생 2명은 1학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시험지를 미리 보기 위해 늦은 밤 교무실 창문을 넘었고, 선생님들의 노트북에 악성코드를 심었다.
악성코드는 화면을 지속해서 캡처하게 했고, 이를 통해 이들은 시험지 내용을 빼돌리는 데 성공했다. 이런 방식으로 2명의 학생은 중간고사 7과목, 기말고사 9과목의 문답을 미리 알아냈다.
시험지를 빼돌려 성적을 조작한 사건은 이전에도 종종 있었다. 이 중에서도 2018년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시험지 유출 사건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경찰 수사 결과 당시 숙명여고의 교무부장이었던 쌍둥이의 아버지가 2017년 6월부터 2018년 7월까지 총 5회에 걸쳐 딸들에게 정기 고사의 시험지와 정답을 유출해 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그 덕에 쌍둥이 자매는 성적이 비약적으로 오르면서 각각 문과와 이과에서 전교 1등을 하게 됐다.
다만 대동고 사건과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은 다른 점이 있다.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의 경우 원래 상위권 성적 학생이 아니었으나, 대동고에서 범행을 저지른 학생들은 이미 성적도 운동도 최상위권인 학생들이었다. 이들 중에는 심지어 전교회장까지 있었다고 한다.
또 하나 다른 점은 숙명여고의 경우 어른인 아버지(교무부장)가 개입돼 있지만 대동고는 그렇지 않다. 그간 있었던 시험지 유출이나 성적 조작 사건의 경우 부모나 교사 등 성인이 연루된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대동고 학생들은 직접 교무실에 잠입해 악성코드를 심을 만큼 주도적으로 행동했다.
그렇다면 이 모범생들은 왜 이렇게까지 범행을 저지르면서 높은 성적을 받아야 한다는 욕망에 사로잡힌 걸까. 그 답은 현재의 우리 사회를 보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연봉을 많이 받고 높은 지위를 얻으려면 명문대를 가야하고 그 전에 높은 성적을 받아야만 하는, 이미 굳어진 학벌 구조에 대한 엇나간 해결책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성적 지상주의가 만들어낸 '독과'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다른 학생들이 치르게 됐다.
물론 그 대가는 범죄를 저지른 학생들이 가장 크게 치를 것이다. 한때는 모범생으로 통했고, 주변의 부러움을 받던 2명의 학생 말이다.
성적 지상주의에 매몰돼버린 우리 교육 현장을 바라보며 어른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죗값을 치르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급한 것은 성적이 전부가 아니란 것을 앞으로 가르치는 일이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성적만 좋으면 과정은 어찌 돼도 좋다고 우리도 모르게 가르친 건 아닌지도 생각해볼 차례다.
김지영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