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저평가된 주식을 발굴해 장기보유하는 ‘가치투자’ 문화를 만든 투자운용업계 대가들이 잇단 불명예 의혹으로 사퇴하자 운용업계에 파장이 커지고 있다. 디폴트옵션 시행으로 대규모 투자자금들이 운용계로 ‘머니무브’를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감이 오르던 시기에 자칫 투자자의 신뢰를 무너뜨릴수 있어서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업계는 강방천 회장의 차명투자 의혹에 대한 금융감독원 제재안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강 회장이 현재는 경영일선에 물러나 사퇴 의사를 표명했지만 실제로 관련 의혹에 대한 혐의의 징계 수위에 따라 업계 분위기는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지난 11월 에셋플러스운용을 대상으로 한 정기검사 과정에서 강 회장이 차명을 통한 자기매매를 해 온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공유오피스 업체 원더플러스에 강 회장이 개인 자금을 대여해준 것이 자기매매, 즉 차명투자로 보고 있다. 원더플러스는 강 회장이 대주주, 강 회장의 딸이 2대 주주로 올라와 있다. 금융감독원은 해당 사안을 금융위원회에 관련 제재안을 올릴 예정이다.
강방천 회장이 유퀴즈에 출연한 모습. (사진=tvN 유퀴즈 영상 캡쳐본)
운용업계는 강 회장의 차명투자 의혹에 대해 적잖게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강 회장은 가치투자로 이름을 날리는 것은 물론 그동안 직접 자사 고객에게 서신을 보내는 등 평소에도 소통을 많이했던 터라 개인투자자의 허탈함은 더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전반에 대한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방천 회장과 가치투자 1세대로 유명한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역시 불명예 의혹을 받아 퇴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존리 대표는 아내가 주주로 있는 회사에 메리츠운용이 펀드 자금을 투자해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제보를 받고 검사에 나섰고 논란이 커진 바 있다. 존리 대표도 불법성이 없다 반박했지만 결국 대표자리에서 물러섰다.
특히 강방천 회장과 존리 대표 모두 유명 tvN 프로그램인 ‘유 퀴즈 온 더블럭(유퀴즈)’에 나오면서 가치투자자로 이름을 날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유퀴즈에 출연해 강 회장은 종잣돈 3400만원을 6000만 원으로 불리고, 1억을 156억으로 불리며 투자의 신화를 쓴 비결을 공개했다.
강 회장은 유퀴즈에 나와 “소비하자마자 괜찮다고 느끼면 주주가 되자. 그게 주식의 본질”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존리 대표 역시 “주식은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무조건 사야한다. 타이밍을 맞추려는 게 제일 잘못된 생각이다. 타이밍을 맞출 수 있다면 나도 여기 없다. 1년 후 날씨도 모르는데 주식 타이밍을 맞추는 건 의미가 없다”고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디폴트옵션 전후로 자산운용사에서는 펀드 관련한 마케팅 활동을 확대하는 추세”라며 “업계 유명인의 사건·사고는 전체 시장의 위축으로 이어질지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한편 강방천 회장은 업계를 이끌어 온 스타매니저다. 외환위기 때 1억원으로 156억원을 번 주식의 대가로 알려져 있고,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배우 유아인이 연기한 펀드매니저 윤정학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