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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연속 대중 무역 적자…원인은 중간재 수입 증가
디스플레이 생산 감소·RCEP 따른 관세 인하도 요인
입력 : 2022-08-09 오후 12:33:34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최근 3개월 연속으로 이어진 중국과의 무역수지 적자는 중간재 수입 증가, 공급망 재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발효 등이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최근 대중(對中) 무역적자 원인과 대응 방안'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대중 무역적자는 배터리·반도체 등 중간재 무역수지 악화, 디스플레이 등 생산 감소, RCEP에 따른 관세 인하 등 복합적 요인에 따라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우선 대중 무역수지 악화에 영향을 미친 원자재·중간재 품목을 보면 이차전지의 원료가 되는 '기타정밀화학원료'의 대중국 수입액은 지난해 상반기 38억3000만달러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72억5000만달러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배터리 중간재인 '기타축전지'의 수입액도 지난해 상반기 11억1000만달러에서 올해 상반기 21억8000만달러로 급증했다. 
 
중국의 경기 악화로 인한 소비 감소에 영향을 받아 가전 관련 품목은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감소했다. 
 
'기타무선통신기기부품'은 같은 기간 수출액이 18억2000만달러에서 1억8000만달러로 약 90% 줄었고, 수입액은 7억3000만달러에서 3억1000만달러로 57% 감소했다. '기타컴퓨터부품'의 수입액은 5억1000만달러에서 4억5000만달러로 소폭 감소했지만, 수출액은 7억3000만달러에서 1억5000만러로 무려 79%가 줄었다.  
 
수출과 수입에서 각각 약 20%, 1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의 무역수지는 올해 상반기 143억4000만달러로 흑자를 기록했지만, '기타집적회로반도체'는 같은 기간 6000만달러 흑자에서 9000만달러 적자로 돌아서면서 무역수지에서 1억5000만달러 감소세를 보였다. 수입액은 6억9000만달러에서 11억1000만달러로 증가했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국제협력실장은 "중국의 세계 교역 수치는 크게 변동이 없으나,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내 봉쇄 조치로 한국과의 교역에서 가전 등 소비재 교역이 급감하고 있다"며 "이번 무역적자는 한국으로부터 중간재 수입은 줄고, 중국의 대한국 중간재 수출이 늘어나는 데 따른 산업 구조 변화가 양국 교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1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선적·하역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또 대중 무역수지 적자는 디스플레이 등 산업 구조가 중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영향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저가 공세로 한국에서는 사업을 줄이고 있는 LCD 품목은 올해 상반기 수입이 12억9000만달러로 전년 4억5000만달러에서 3배 가까이 상승했다. 무역수지도 17억4000만달러에서 8억3000만달러로 감소해 무역 적자에 영향을 미쳤다. 
 
'휴대용컴퓨터'는 상반기 한국의 대충 수출은 4000만달러에 불과했지만,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액은 19억3000만달러로 전년과 비교해 약 2억달러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김동수 산업연구원 해외산업실장은 "중국의 기업들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저가 공세를 강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국제정치적 위험 요인이 늘어나는 만큼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Low-tech 부분에서의 협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난 2월1일 발효된 RCEP도 대중 무역수지 적자에 영향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RCEP 발효로 양허 상품 품목 중 배터리 핵심 소재인 '산화리튬'과 '수산화리튬'의 수입이 증가해 상반기 수입액(11억7000만달러)이 지난해 전체 수입액(5억6000만달러)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 수입액을 기록했다. 
 
특히 대중 무역 적자가 발생한 기간 중 5월 수입액은 2억9000만달러, 6월 수입액은 4억8000만달러였고, 그 규모는 각각 5월, 6월 전체 무역 적자액의 26.9%, 40.3%에 달했다. '산화리튬'과 '수산화리튬'의 관세율은 기준세율 5.5%에서 RCEP 발효 후 0%로 낮아졌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한중 FTA는 양국의 수출과 수입에 이익 균형점이 잘 맞았지만, RCEP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등에 맞물려 단기간에 수입이 늘어난 결과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국제통화기금(IMF)과 OECD, 세계은행 등 국제기관뿐만 아니라 주요 투자은행(IB)의 평균 전망치를 종합한 결과 전반적으로 하반기에는 중국의 경기가 소폭 회복할 것으로 전망되므로 우리의 대중 수출도 소폭 회복세로 돌아서면 대중 무역 적자도 다소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대중 무역 적자 양상이 단기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중국 도시 봉쇄 등 공급망 취약성뿐만 아니라 RCEP 특혜 관세 영향에 따른 수입 증대로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내다봤다.
 
이성우 대한상의 국제통상본부장은 "대중 무역 적자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반도체·배터리 소재 등은 중국산 제품이 가성비가 뛰어나 공급처를 다각화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글로벌 경기 둔화나 국제정치적 요인으로 대중 교역 구조 변화가 쉽지 않은 만큼 한중 FTA 업그레이드나 RCEP 활용을 강화하고, 수입 다각화와 기술력 확보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세청 통관 자료와 한국무역협회 무역 통계를 보면 대중국 무역수지는 5월 10억8900만달러, 6월 12억900만달러, 7월 5억7500만달러 등으로 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정해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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