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임금 교섭 과정에서 대립으로 노동조합의 파업 가능성이 제기되고, 이재용 부회장이 취업제한에 적용되는 등 그동안 쌓였던 악재의 부담을 덜게 됐다.
삼성전자는 노동조합 공동교섭단과 2021년·2022년 임금 협약을 체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삼성전자 노사가 임금 협약을 체결한 것은 1969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공동교섭단은 삼성전자사무직노조, 삼성전자구미지부노조, 삼성전자노조동행, 전국삼성전자노조 등 삼성전자에 설립된 4개 노조로 구성된다.
이번 협약에서 삼성전자 노사는 사측의 2021년·2022년 임금과 복리후생 조정 결과를 적용하기로 하고, 명절배려금 지급 확대, 2022년에 한해 재충전휴가 미사용분 보상 등에 합의했다. 노사는 '노사상생 TF'를 구성해 직원의 워라밸과 근무 만족도 향상을 위한 제도 개선에 대해 협의하기로 하는 등 상생의 노사 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지속해서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앞서 공동교섭단은 지난해 8월 사측과 단체 협약을 체결했고, 노사는 그해 10월부터 교섭을 진행했다. 공동교섭단은 임금 교섭에서 사측과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지난 2월4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 신청을 했다. 중노위는 2차례에 걸친 조정회의 결과 노사 간 견해차가 너무 크다고 판단해 조정안을 제시하지 않고 조정중지를 결정했고, 노조는 쟁의권을 확보했다.
공동교섭단이 쟁의권을 행사하지 않은 상태에서 노사 간 대화가 재개됐지만, 공동교섭단은 2021년과 2022년의 임금 교섭을 병합해 논의하자는 사측의 제안을 거부하면서 전국 12개 사업장 순회 투쟁, 이 부회장 자택 앞 집회 등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노사는 지난달 11일 약 6개월 만에 본교섭을 다시 열었고, 이를 포함해 지난해 10월부터 이달까지 총 11차에 걸친 본교섭, 20차에 걸친 실무 교섭 끝에 잠정 합의에 이르렀다. 공동교섭단이 조합원 찬반 투표를 거쳐 '2021년~2022년도 임금 교섭 잠정합의안'을 의결하면서 노사는 교섭 약 10개월 만에 최종 합의에 성공했다.
삼성전자 DS부문 인사팀장 최완우 부사장은 이날 임금 협약 체결식에서 공동 성장의 동반자로 상호 진정성 있는 소통과 협력을 통해 발전적 미래를 함께 그려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10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나노파크에서 열린 임금 협약 체결식에서 DS부문 인사팀장 최완우 부사장(왼쪽)과 김항열 노동조합 공동교섭단 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광복절을 앞두고 단행될 예정인 특별사면에서 이 부회장이 유력한 대상자로 포함된 것도 삼성전자로서는 긍정적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는 지난 9일 약 5시간 동안 광복절 특별사면·복권 대상자를 심사했다. 이번 사면 결과는 오는 12일 공식 발표된다. 이번 사면에서는 일부 경제인과 민생·생계형 사범 위주로 사면·복권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사면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부회장은 박근혜정부 당시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후 지난해 1월18일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다. 법무부는 징역형이 확정된 이 부회장에 대해 그해 2월15일 특정경제범죄법상 취업제한 대상자임을 통보했다.
이후 이 부회장은 지난해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의 적격 의결로 광복절 기념 가석방 대상자에 포함돼 그해 8월13일 서울구치소에서 출소했다. 이 부회장의 형기는 지난달 29일 만료됐지만, 취업제한 규정은 계속해서 남아 있다.
특정경제범죄법 14조 1항 1호는 사기, 횡령, 재산국외도피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징역형의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날부터 5년 동안 금융회사, 국가·지방자치단체가 자본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출자한 기관과 그 출연이나 보조를 받는 기관, 유죄 판결된 범죄 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안 리더십 컨퍼런스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 회장이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총 2800억달러(365조6800억원) 규모로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내용의 '반도체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에 서명한 것도 삼성전자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9일(현지 시각)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반도체과학법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는 기업에는 25%의 세액공제가 적용되며,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건립 중인 삼성전자도 혜택을 얻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