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광복절을 앞두고 윤석열정부 첫 특별사면이 이뤄질 예정인 가운데 대상자에는 그룹 총수 등 주요 경제인이 포함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서는 정부 고위 인사들이 적극적인 견해를 밝혀 온 데다 여론도 우호적인 편이지만, 시민사회의 반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는 지난 9일 약 5시간 동안 광복절 사면·복권 대상자를 심사했다. 사면 대상자 명단은 이날 발표되고, 사면 또는 복권은 오는 15일 단행될 예정이다.
이번 광복절 사면·복권은 일부 경제인과 민생·생계형 사범 위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사면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경제인이 사면 대상자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경제개혁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금융정의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는 지난 10일 '윤석열정부, 묻지마 식 재벌 총수 사면 시도 중단하라'란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 단체는 "중대한 경제 범죄를 저지른 재벌 총수가 제대로 된 처벌을 받기는커녕 '경제 살리기'란 명목으로 이들의 죄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면해주는 것은 대한민국이 가진 자에게만 관대한 나라라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경제 질서를 어지럽히고 훼손한 이들을 풀어주고 경제 살리기를 요구하는 것은 도둑에게 곳간을 지키란 것과 다름없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정부는 출범 후 줄곧 가장 중요한 국민의 민생고는 외면하며 재벌 대기업 중심의 철 지난 낙수 효과를 강조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면서 "그러나 정권 교체 후 명분 없는 경제 범죄 사면의 횡행 속에서 언제고 정경 유착을 통한 국정 농단이란 유령은 되돌아올 수 있으며, 이는 건전한 국가 경영과 국민의 삶에 장기적으로 크나큰 해악을 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서는 "특정경제범죄법상 취업제한 대상인데도 가석방 직후 삼성그룹에서 전권을 휘두르고 있으며, 이번 사면은 이 부회장에게 면죄부를 줘 마음껏 경영하게 하기 위한 포석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10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경제개혁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금융정의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가 '윤석열정부, 묻지마 식 재벌 총수 사면 시도 중단하라'란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참여연대)
이들 단체는 이날 법무부의 사면 명단이 발표된 이후 추가로 입장을 발표할 방침이다. 무엇보다도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028260)과 제일모직 합병에 관여한 의혹으로 현재 재판 중인 상황을 계속해서 지적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흡수합병과 관련한 의혹, 합병 은폐를 위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부정과 관련한 의혹 등으로 지난 2020년 9월1일 자본시장법 위반, 외부감사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돼 현재 1심 재판 중이다.
앞서 경실련도 지난 9일 별도로 성명을 내고 "가석방 이후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여러 행보에서도 볼 수 있듯이 사실상 아무렇지도 않게 경영 활동을 펼치고 있다"며 "그럼에도 정부는 모순적이게도 사실상 적용 없는 '취업제한'을 면제시켜 주려 하고 있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취업제한'은 경제 윤리에 반하는 특정경제범죄 행위자에게 형사벌 외의 또 다른 제재를 가해 특정경제범죄의 유인 내지 동기를 제거하면서도 관련 기업체를 보호해 건전한 경제 질서를 확립하는 데에 의의가 있다"며 "이를 무력화하려 사면권이 자의적으로 행사돼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부회장은 박근혜정부 당시 국정 농단 사건과 관련한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후 지난해 1월18일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다. 법무부는 징역형이 확정된 이 부회장에 대해 그해 2월15일 특정경제범죄법상 취업제한 대상자임을 통보했다.
이후 이 부회장은 지난해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의 적격 의결로 광복절 기념 가석방 대상자에 포함돼 그해 8월13일 서울구치소에서 출소했다. 이 부회장의 형기는 지난달 29일 만료됐지만, 취업제한 규정은 계속해서 남아 있다.
신동빈 회장은 국정 농단 사건, 총수 일가 경영 비리 사건과 관련한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됐으며, 2019년 10월17일 대법원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이 확정됐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