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김수민 기자] 일상 곳곳에 마약이 파고들며 초범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 한때 ‘마약청정국’이라 불렸던 한국도 이대로 방치했다간 ‘마약공화국’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검찰 안팎에선 국내에 마약 범죄를 통제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 기관, 일명 ‘마약청’을 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검찰 내부에선 마약범죄 수사뿐 아니라 예방, 치료, 재활 등의 기능을 통합한 ‘마약청’ 설립에 관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약사건을 많이 다뤄온 한 지방검찰청 검사는 “(약물 관련 기준 등에 관해) 식약처, 법원 등을 설득해야 하는데 검찰 혼자서 움직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마약 범죄 관련 컨트롤타워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예전에 대검찰청 내에서 (마약청 설치 방안을) 구상하다가 버닝썬 사건이 터지자 법무부도 추진하는 듯 했지만 각 기관의 이해관계가 다르고, 예산 낭비 논란 등으로 점차 관심이 사라져 흐지부지됐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콜롬비아 마약 카르텔을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나르코스’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마약청’ 설립은 대검에서 오랫동안 구상해온 사안이다. 2018년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은 마약청 신설을 추진했다. 대검 내에서 관련 법률 제·개정안도 만들어 구상안을 법무부에 제안했으나 2019년 조국 전 장관이 취임하며 무산됐다. 조 전 장관이 내놓은 검찰개혁 추진 로드맵에 ‘마약청 설립안’은 누락된 것이다.
그해 검찰과 경찰, 식약처, 관세청 등이 참여한 ‘범정부 합동단속·점검 협의체’가 꾸려졌지만 마약 관련 범죄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취지와 달리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흐지부지됐다.
다만 검찰에서 매년 마약류퇴치국제협력회의(ADLOMICO)를 열고 아태마약정보조정센터(APICC)를 설치·운영하는 등 국제공조를 통해 동남아에 있는 마약 조직에 관한 정보를 얻고 국내 마약 밀반입을 억제하고 있다.
아직까지 국내에선 검찰 등 수사기관이 1970년대 마약 조직 소탕작전(부산과 일본을 넘나들며 필로폰을 몰래 제조해오던 이황순 이야기를 다룬 영화 ‘마약왕’)을 벌인 이후 마약 제조사범이 적발된 사례는 없다. 마약 제조사범들은 대부분 미얀마로 도주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얀마는 오랜 내전 등으로 사법체계가 느슨해 마약사범들이 마약을 제조·수출하기에 수월한 곳이기 때문이다.
검사는 “과거 한국에서 제조사범을 뿌리를 뽑고 나니 제조자들이 중국으로 넘어가 제조를 했다”며 “그러다 중국도 마약범죄에 대한 엄벌주의를 채택하자 제조자들이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미얀마 등 동남아로 진출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얀마로 넘어가면 자금 추적도 어려워진다”며 “다만 미얀마로 넘어가기 전 (마약사범이) 아세안 국가에 머물 때 마약사범 재산에 대해 동결 조치를 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약청’과 같은)컨트롤타워가 있다면 한국에서 마약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데 훨씬 수월할 것”이라며 “(마약 대응 범정부) 협의체에서도 발전적 방향이 나오긴 하지만 각 부처의 입장이 저마다 다르다보니 추진력이 약하다”고 말했다.
마약 전문 박진실 법무법인 '진실' 변호사도 “마약청 신설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현재 다 흩어져 있는 마약 범죄 수사기관들을 통합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검수완박 시행 이후 생길 수 있는 마약 범죄 수사의 공백에 대한 대안으로도 마약청이 활용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미국식 마약청에 대해서는 “마약 범죄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처럼 강력한 권한이 마약청에 주어지는 것은 좋지만 우리나라 마약 범죄의 특성이나 마약 유통 구조 등에 맞게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미국 마약단속국(DEA) 요원. (사진=DEA 홈페이지)
박효선·김수민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