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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어지러운 수중환경 속에 위협받는 수산업
입력 : 2022-08-18 오전 6:00:00
다이빙은 아름다운 수중경관을 즐기거나 모험을 찾아 나서지만 환경 다이빙은 때로 다이버들의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해양생태 네트워크(서식지와 이동통로) 복원에 이바지하려는 국민신탁 해안선 프로그램은 때로 수중환경이 어지러운 곳들을 조사한다. 하지만 수면 위의 환상적인 장면 아래 수중은 지저분하기 짝이 없거나 쓰레기 세상이다. 제주도의 어느 폭포 앞 바다가 그렇고 양식업이 발달한 남도의 섬들에서 종종 직면하는 현상이다.
 
조사 선박의 어군탐지기에 보이는 10미터 내지 20미터 수중은 밧줄 등 폐어구 투성이다. 이것들은 갯벌의 퇴적을 증가시키고 물살의 속도를 떨어뜨려 고온화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전복들이 살지 못하게 만든다. 수중탐지기가 보여주는 어지러운 현장이 믿어지지 않아 다이빙으로 양식장 아래를 조사하였다. 어떤 곳은 물 흐름이 없어 혼탁도가 심하여 손과 발로 더듬어 폐어구들을 확인하기도 한다.
 
양식업계는 콘크리트로 만든 4각형 콘크리트 닻을 해저에 넣고 거기에 굵은 밧줄들을 걸어 양식 틀을 고착시킨다. 태풍이라도 불라치면 조류나 파도에 밧줄들이 서로 비비면서 엉키거나 끊어진다. 양식 틀과 밧줄들을 수선하면서 기존의 폐밧줄들을 모두 제거하지 아니하고 새로운 밧줄들을 설치하기 때문에 밧줄들끼리 엉킨다. 여기에 다른 플라스틱이나 비닐 등이 부착하여 엉성한 그물을 형성한다. 이것들이 유속을 떨어뜨린다. 유속이 떨어지면 수역의 온도가 올라간다.
 
수중 조사를 마친 후 해저에서 상승하는 중에 공기통 언저리에 양식장 밧줄이 걸릴 수도 있다.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도 밧줄이 벗겨지지 아니하면 다이빙 조끼를 벗거나 버디의 조력을 받아야 한다. 양식장 수중 해저는 다른 곳보다 시계가 불량하여 2~3미터 앞을 인식하기 힘들다. 정조기가 넘어 조류가 흐르기 시작하면 위험이 증가한다. 양식업계가 수중을 정화하기도 쉽지 않다.  
 
남도의 어느 섬에서 조우한 수중의 상태는 우리 해양환경의 현주소를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 해양수산부가 매년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각종 정화사업들을 펼치고 있지만 이 섬의 수중까지는 손길이 미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현지 수산인들 스스로 “현재와 같은 밀식상태에 수온상승이 계속되면 전복 양식이 10년 이내 파국을 맞을 수 있다”고 예견한다. 금년은 마침 수온이 낮아 전복 작황이 좋다. 요행의 세월이 연장된다.
 
파리기후협정 이후 “지구 평균온도 증가를 1.5℃ 이하로 유지하여야 한다”는 명제가 정립되었지만 바닷물의 온도가 이를 위협한다. 해수온도 상승 앞에 양식산업의 여명을 조금이라도 더 늘리려면 수중 폐어구들의 제거가 필수이다. 그렇지 않으면 바다에서의 양식이 머지 아니한 장래 종언을 고할 지도 모른다. 양식으로 얻는 이익은 사업자가 차지하고 해양생태계의 복원은 모두 정부의 몫이라면 환경정의에 맞지 아니한다.
 
천연 상록수림과 해수욕장으로 명성을 떨치는 남도의 어느 섬에서는 전복 양식장들의 폐플라스틱과 양식 틀을 세척하는 폐수가 해변과 선착장을 오염시킨다. 우리 어촌의 일손을 지탱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이른 아침 선창에서 양식 틀을 고압분사기로 세척하기도 한다. 작업장 주변에는 폐기물들이 둥둥 떠다닌다. 폐플라스틱과 폐수는 해수욕장 수질을 위협한다. 실정법규를 잘 모르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일을 시키더라도 사업자가 발을 뺄 수 있는 것도 아니련만 해양환경보전법의 손길이 미치지 아니한다.
 
이에 비하여 서남해 먼 바다 흑산도는 수심이 깊고 조류가 빨라 양식환경이 상대적으로 좋다. 하지만 전복양식에 실패한 사례들이 많다. 양식장들이 밀집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수중오염원이 덜 하다. 북풍이라도 불라치면 파도가 높아 양식 틀의 유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 어선들에 의한 어구의 밀집도가 높아 해양환경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통발(미끼를 안에 넣어 어류나 문어를 유인하는 작은 망통형 그물)을 사용하는 어선의 경우에는 어업을 허가하면서 통발의 수량이나 투하면적에 대한 제한을 두지 않는다. 못 쓰게 된 통발을 회수할 책임도 미약하다. 일반 그물을 사용하는 어업이라고 하여 예외가 아니다. 원로 어업인들의 말에 따르면, 홍어들이 사는 해저가 붉은 해역에 많은 폐그물들이 뒤덮여 있어 서식지가 훼손된다.
 
우리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거론하면서 지속가능한 수산업(양식업과 어선어업 등)에 관하여 별로 주목하지 않는다. 지속가능 수산업은 청정수산과 다르다. 과밀한 어장·어구와 그 폐기물들로 인하여 어류 서식지가 오염되고 또 바닷물의 흐름이 느려져 갯벌이 바위를 덮고 퇴적되면서 해초들이 살지 못하게 만들며 백화현상을 가속화시키는 상태를 시급히 개선하지 아니하면, 수산업은 지속가능할 수 없다.
 
전재경 사회자본연구원장(doctorchun@naver.com)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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