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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프랑스 파리의 스타트업 열풍
입력 : 2022-08-31 오전 6:00:00
프랑스 파리, 우리에겐 오랜 역사를 가진 예술, 문화, 패션, 관광의 도시로 익숙하다. 그런 파리가 ‘유럽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며 스타트업의 천국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파리를 본사로 두고 있는 스타트업이 1만 개가 넘고 전 세계에서 창업자들과 투자금이 몰려들고 있다.
 
프랑스 젊은이들의 창업에 대한 열망도 대단해서, 18세부터 29세까지 프랑스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60% 정도가 창업을 하고 싶다는 결과가 나올 정도다. 과거 대학을 졸업하는 인재들이 대기업이나 공무원 취업을 하려던 데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다. 어떻게 프랑스는 이처럼 빠르게 스타트업 강국이 되었을까.
 
파리 세느강 남쪽 파리13구에 스타시옹 F(Station F)가 있다. 이곳은 2017년 이동통신사 일리아드를 창업했던 그자비에 니엘이 2억 5천만 유로(한화 약 3,250억 원)를 투자해 20년 간 방치되었던 기차역을 리모델링하여 설립했다. 축구장 5배 크기의 세계 최대 규모인 스타트업 캠퍼스에 1천여 개의 스타트업, 40여 개의 벤처 투자사, 40여 개의 정부기관, 30여 개의 인큐베이터들이 모여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진출해 있고 네이버도 적극적으로 '스페이스 그린'이라는 인큐베이터를 운영 중이다.
 
바로 옆에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위한 주거단지도 마련되어 있다. 그야말로 스타트업 생활권이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공간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창업자들에 대한 멘토링, 상호 교류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스타트업들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필요한 행정 지원과 함께 대학, 연구소들도 같이 연결되어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프랑스 정부도 스타트업 임직원, 투자자들에게 최대 4년 동안 프랑스에 거주할 수 있는 ‘프렌치테크’ 비자를 제공하는 등 글로벌 인재 확보에 앞장서고 있다.
 
이 점은 매우 주목할 만한데, 파리에 가서 살고 싶은 외국인들이 많을 텐데, 프랑스 정부는 뛰어난 글로벌 창업자, 투자자들에게 특권을 주는 셈이다. 실제로 프랑스 정부는 2008년부터 집권 세력의 정치 성향과 관계없이 10년 이상 스타트업 육성 정책을 이어왔다. 다른 한편, 디지털 주권 관점에서 프랑스 정부는 젊은이들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글로벌 플랫폼 서비스에 매몰될까 우려하여 글로벌 플랫폼에 대해서는 규제를 강화하면서 동시에 자국의 스타트업 육성에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
 
대학과 교육기관의 역할도 눈여겨 볼만 하다. 에콜 폴리테크니크(Ecole Polytechnique), 에콜 센트랄파리(Ecole CentraleParis) 등의 공과대학에서 우수한 박사급 인재들이 투입되고, 에섹(ESSEC), 아슈세(HEC), 인시아드(INSEAD)와 같은 경영대학원 출신의 비즈니스 전공자들이 함께 일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에 비해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임금이 낮아 창업자의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쉽게 구현할 수 있다.
 
또한 ‘석좌(Chair)’라는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교수들이 회사들과 협의하여 과목을 개설하고 연구를 진행할 뿐만 아니라, 인턴, 산학 교류 모임 등을 지원해준다. 구체적으로, 회사가 대학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원하는 주제를 제시하면, 대학에서는 그 주제에 맞도록 강의를 개설하고 수강생들은 회사의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강의 중 회사 담당자들이 특강, 토론 행사, 인턴십 등을 제공하기도 한다.
 
국내에 여러 차례 소개된 에콜42는 소프트웨어 교육 및 IT 인재 양성에서 효과적인 사례다. 에콜42는 프로그래밍 전문학교로 입학을 위한 최소 기준이 없고 규격화된 정규교육 과목이 없다. 학비도 무료이고 국적도 따지지 않는다. 학생들은 프로젝트를 하면서 소프트웨어 실무를 배워 곧바로 창업을 하거나 IT 관련 업무로 진출한다.
 
우리나라의 다음 세대를 생각해 본다면, 프랑스 파리의 변화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출산과 고령화 사회에 혁신의 바람이 불게 하기 위해서는 정부도, 국회도, 대기업도 스타트업과 같은 생각을 해야 한다. 창업가 정신을 가지고 스타트업들의 자유로운 실험이 가능한 실험도시 모델을 고려해 볼만 하다. 특정 지역에서는 규제를 과감하게 면제하고, 한국에 와서 살고 싶어 하는 글로벌 인재들에게 비자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또한 초기 스타트업 투자를 위한 전문 투자기관 확보, 국가적 차원에서 글로벌 투자와 시장 진출 지원 등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전개될 스타트업 인재 확보 전쟁에서 어떤 전략을 마련해야 할지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전성민 벤처창업학회 회장·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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