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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시간 단식에 성공했다
입력 : 2022-08-31 오후 5:04:02
평소 야식과 군것질에 개의치 않았다. 내가 먹고 싶다면 나의 즐거움을 위해 괘념치 않는 편이다. 주변 남성들도 다 아는 음식의 열량에 대해서 관심조차 없었다. 다이어트는 말할 것도 없다.
 
(사진=GoFasting 앱 캡처)
 
최근 등산을 함께가기 위해 한 기업 부장을 만났다. 매우 홀쭉해진 모습으로 나타났길래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건강 적신호로 인해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대인이 지나치게 많은 열량을 섭취해 몸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알려줬다.
 
어려서부터 위장이 좋지 않았던 탓에 끼니를 잘 챙기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교육받아왔다. 아파본 자로서 섭식의 중요성을 늘 강조하고 다녔다. 새 모이 먹듯 먹는 이들에게 잔소리를 하며 건강을 운운했던 나로서는 충격이었다.
 
건강하려고 챙겨 먹었던 음식이 잉여 에너지가 되고 몸을 병들게 한단다. 매 끼니를 넉넉하게 챙기는 것이 오히려 몸을 해친단다. 그때부터 섭식행태가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마음 한 구석에 "내가 이 음식으로 아프게 되나"하는 생각을 가끔 떠올리곤 했다.
 
그러다 최근 정부 관련 영상촬영을 앞두고 있던 터라 불어난 체중에 걱정이 앞섰다. 기록물은 길이 남기 때문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다이어트 경험이 없던 터라 단기간에 운동이라도 과도하게 해보려했지만 단기간에 효과를 내긴 어려워보였다. 유튜브를 통해 찾아보니 계체량을 위해 밥은 물론 물을 먹지 않고 땀을 흘려 이틀 만에 13kg을 감량하는 전 복싱 선수를 봤다. 단기간이라는 키워드를 넣자 알고리즘은 어느새 단식으로 나를 이끌었다.
 
평소 먹는 양이 많은 편은 아니라 단식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 생각했다. 위만 오히려 망치고 배변 활동만 망가뜨린다고 생각해 염두에 두지도 않았다. 그러면 삶의 즐거움도 사라지고, 그 즐거움을 포기할 의지도 없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연구논문이 내 눈을 번쩍 뜨이게 했다. 암 관련 카페에서도 언급될 정도로 72시간 단식을 하면 몸이 재정비를 하고 면역체계의 재생을 유도한다고 했다. 글리코겐이 고갈되고 케토시스 대사 상태가 되면 지방이 연소되는 원리였다. 이때 몸은 자가포식을 하면서 신체의 오래된 백혈구를 분해한다. 이후 식사를 재개하면 줄기세포 재생을 유발하고 백혈구도 새로 생성한다는 것이다.
 
사실 대단한 결심과 계획이라기보다는 이날 저녁 입맛이 없어서 이런 영상을 찾아본 것이었고 결국 72시간 단식에 돌입했다. 실제 경험한 이들의 후기를 찾아보니 다들 두통, 메스꺼움, 배고픔 등을 호소해서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마라톤, 걷기대회 등으로 의지를 확인한 바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3일 정도는 무리 없이 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은 있었다. 마침 식사 약속이 없어서 모든 것이 맞아떨어졌다.
 
바로 결론으로 들어가면 성공했다. 이렇다 할 괴로움이 없었다. 입맛이 3일 내리 없었던 것일까? 평소 다이어트를 하지도, 먹는 걸 조절하지도 않았지만 참고 견뎌야 하는 고통이 없었다. 사람이 안 먹어도 이렇게 평온할 수 있는지 놀라울 정도였다. '단식투쟁 하시는 분들도 길게 단식하는데' 하면서 자위하기도 했다. 정말 생수만 마셨고 배가 고프지 않아 그조차도 많이 마시지 않았다. 뜻밖에 의지력, 자제력을 큰 노력 없이 획득한 기분이었다. 약간의 멍함이 있었지만 일상생활을 못할 정도는 아니었고 일도 열심히 했다.
 
시간이 없어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단식의 힘은 놀라웠다. 3.2kg이 빠졌고 눈바디(눈으로 보는 인바디)로 큰 차이를 느끼지는 못했으나 기분 좋은 마음으로 영상 촬영도 마쳤다. 72시간이 지나도 크게 음식이 당기지 않아 먹을까 말까를 고민할 정도였다. 내 몸을 한번 순환하는 느낌으로 해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음식에 대한 자제력 테스트로도 권한다. 연구논문에서 6개월에 한 번씩 권장한다고 하니 기회가 되면 한 번 더 해도 무리 없을 것 같다. 이번 단식으로 얻은 것은 성취감이 더 컸다.
 
놀라운 것은 단식 73시간 후에야 죽을 조금 먹고 보식을 하나 했는데 이어진 저녁 술자리에서 어묵탕, 김치전, 제육볶음, 닭껍질 튀김을 흡입하면서 의지박약도 3시간 만에 증명했다. 단식이라는 목표를 달성했다는 이유에서다. 의지와 박약이 내겐 자웅동체로 있나보다. 목표는 역시 단기간이 효과적이라는 것도 새삼 깨달았다.
 
변소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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