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페이스북 트윗터
헌재, '바다 위 윤창호법'도 위헌 결정
"아무런 시간 제한 없이 가중처벌하는 것은 헌법 위반"
입력 : 2022-08-31 오후 6:11:01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기간을 정하지 않고 음주운항 전력이 1회 이상 있는 사람이 다시 음주운항을 한 경우 가중처벌토록 규정한 해사안전법 104조의2 2항 일부분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31일 창원지법 진주지원이 제청한 심판대상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이로써 해사안전법 104조의2 2항 중 '2회 이상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선박의 조타기를 조작한 운항자' 부분은 효력을 잃게 됐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심판대상조항은 가중요건이 되는 과거의 위반행위와 처벌대상이 되는 음주운항 재범 사이에 아무런 시간적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면서 "과거의 위반행위가 상당히 오래 전에 이뤄져 그 이후 행해진 음주운항 금지규정 위반행위를 ‘해상교통법규에 대한 준법정신이나 안전의식이 현저히 부족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반규범적 행위’ 또는 ‘반복적으로 사회구성원에 대한 생명·신체 등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평가하기 어렵다면, 이를 가중처벌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재범에 대해 가중된 행위책임을 인정할 수 있더라도, 전범을 이유로 아무런 시간적 제한 없이 후범을 가중처벌하는 예는 발견하기 어렵고, 이는 공소시효나 형의 실효를 인정하는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31일 서울 헌법재판소에서 8월 심판사건 선고를 하기 전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뉴시스
 
재판부는 이와 함께 "심판대상조항은 과거 위반 전력의 시기 및 내용이나 음주운항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 수준과 발생한 위험 등을 고려할 때 비난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음주운항 행위까지도 법정형의 하한인 2년 이상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상의 벌금을 기준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성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특히 "반복적인 음주운항 금지규정 위반행위에 대한 강한 처벌이 국민일반의 법감정에 부합할 수는 있으나, 결국에는 중한 형벌에 대한 면역성과 무감각이 생기게 되어 범죄예방과 법질서 수호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반복적인 위반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서 형벌의 강화는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심판대상조항은 음주치료나 음주운항 방지장치 도입과 같은 비형벌적 수단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과거 위반 전력 등과 관련해 아무런 제한도 두지 않고 죄질이 비교적 가벼운 유형의 음주운항 행위에 대해서까지 일률적으로 가중처벌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결국 형벌 본래의 기능에 필요한 정도를 현저히 일탈하는 과도한 법정형을 정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A씨는 지난해 2월 혈중알코올농도 0.038% 상태에서 선박 조타기를 조작해 운행한 혐의로 입건됐다가 음주운항 전력이 드러나면서 2회 이상 술에 취한 상태로 운행한 사실로 기소됐다. A씨는 해사안전법 104조의2 2항에 따라 가중처벌 될 상황에 놓이자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해사안전법 104조의2 2항은 2019년 2월 부산 광안대교에서 발생한 러시아 국적 화물선 '씨그랜드호 사건'을 계기로 마련됐다. 음주운전 2회 이상으로 처벌될 경우 가중처벌한다는 일명 '윤창호법'과 비슷한 효력이 있다는 점에서 '바다 위 윤창호법'으로 불렸다.
 
앞서 헌재는 지난해 11월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사람이 다시 음주운전을 한 경우 가중처벌토록 정한 도로교통법 148조의2 제1항 중 ‘음주측정거부 전력이 1회 이상 있는 사람이 다시 음주운전 또는 음주측정을 거부한 경우’에 대해 책임과 형벌간 비례원칙에 위반된다면서 위헌 결정했다. 헌재는 이날도 같은 조항에 대해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위헌결정을 내렸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최기철 기자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