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직장 어린이집에서 내년도 입소 순위 개정과 관련해 '남'과 '여'의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한정된 자리를 놓고, 1순위, 2순위, 3순위 등 입소 순위에 따라 어린이집 입소가 결정되는 과정에서 재직 중인 여자사원의 자녀가 재직 중인 남자사원의 자녀보다 높은 순위를 가지는 운영기준이 올해도 개정 없이 확정된 까닭입니다. 내년도 모집에도 순위가 높은 여사원의 자녀의 입소가 먼저 확정된 후 남은 자리에 대해 남사원들의 자녀가 추첨을 통해 입소가 결정되게 됐습니다.
수년전부터 여직원의 자녀와 남직원의 자녀에 대한 차별 없이 입소 순위를 결정해야 한다는 논란이 불거져 왔지만, 여사원들의 반발 등에 부딪혀 몇 년째 개선이 안 되고 있습니다. 더구나 이 회사는 성평등위원회도 운영 중이나 결정적인 일 앞에서는 여자는 '약자'라는 것에 무게를 두는 모습입니다.
이에 결국 3살 아이를 입소시키기 위해 엄마인 여자와 아빠인 남자가 치열하게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입소 순위 개정을 반대하는 측은 고용노동부 정책 자료 목록을 보면 직장어린이집 지원은 여성의 경력단절 예방 목적이라고 돼 있다고 주장합니다. 입소 순위를 개정해야 한다는 측은 영유아보육법을 들고 나왔습니다. 영유아보육법에는 직장어린이집을 사업주가 사업장의 근로자를 위해 설치·운영하는 어린이집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사업장의 근로자는 남자, 여자를 모두 포함하기 때문에 현재의 운영기준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고용노동부의 의견은 정책의 목적일 뿐 설립취지가 될 수 없다고도 반박합니다.
(사진=연합뉴스)
직장 어린이집 설립 초기에는 사회적으로 여성의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함이라는 이유가 설립 취지에 더 적합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흘러 최근에는 공동육아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맞벌이가 대부분인 가정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여성에게만 우선권을 주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런 의견 충돌이 나지 않도록 인프라가 확대되고, 이를 통해 부모 중 누구라도 주 양육자가 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면 좋겠습니다. 사회 곳곳에서 남자 역차별 논란, 여성 차별 논란 등 첨예해지는 젠더갈등이 3살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어린이집 입소 문제를 놓고 불거진다는 것이 안타까운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