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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국민의힘, 국민만 바라봐야 답 나온다
입력 : 2022-09-05 오전 6:00:00
벌써 이준석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만 3번째다. 흔히 회사 내부에서 갈등이 생길 때 당사자 간 여러 가처분 신청(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주주총회에 관한 가처분 등)이 오간 적은 있어도 명색이 집권 여당 내에서, 그것도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지 채 몇 달 되지도 않아 당내 갈등을 고스란히 법원 결정에 내맡긴 적이 우리 헌정사에 단 한 번이라도 있었나. 너무나도 생경한 정치 현실이 암담하기만 하다.  
 
“본안판결 확정시까지 주호영은 국민의 힘의 비상대책위원장 직무를 집행하여서는 아니 된다.”
 
지난달 26일 법원 결정 주문이다. 국민의힘 당헌에 따르면 전국위원회가 비상대책위원장을 의결하기 위해서는 비상 상황이 발생하여야 하는데, 그 요건인 비상 상황이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즉 당 대표 또는 최고위원회의가 정상적인 기능을 회복할 수 없게 되고 당헌에 따른 정상적인 절차에 의하여 그 기능 회복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이르지 않았다는 취지다. 
 
국민의힘은 집권당 이전에 누가 뭐래도 대표적인 보수 정당이다. 따라서 법원 결정이 내려졌으면 그 결론이 내키지 않더라도 일단 그 결정 취지를 받아들이고 대응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뜻밖에도 재판장 성향을 지적하며 법원 결정을 비판하더니, 급기야는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이 사퇴할 경우 ‘비상 상황’으로 당헌을 개정하여 법원 결정을 우회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심지어 의총에 참석한 의원들의 표결까지 생략한 채 박수로 당헌 개정을 추인하기까지 했다. 
 
대체 국민의힘은 왜 이런 무리수를 둘까. 정당의 역사에서 어느 순간이나 권력투쟁이 없었던 적은 없었다. 특히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공천권이 걸려있으면 그 갈등의 강도는 훨씬 치열했다. 국민의힘 역사를 보더라도 과거 이회창 총재 시절 총선을 앞두고 당내 민정계 세력들을 퇴출시킨 적이 있고,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는 김무성 당시 당 대표의 옥쇄 파동도 있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국민의힘 갈등은 유권자 입장에서 이해가 가지 않는 장면이 너무 많다. 우선 국민의힘은 불과 몇 달 전에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승리했다. 그리고 차기 총선은 2024년이다. 아직 멀었다. 그렇다면 당내 갈등이 있더라도 정치의 영역에서 협상과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법원 판단에 당의 운명을 맡기고 있다. 그것도 반복해서. 
 
이준석 전 당 대표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아니 이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이 전 당대표에게 있다. 집권당의 당 대표가 툭하면 법원에 의지하면 정치를 무력화시키고 대중의 웃음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이 전 대표는 과거 유신정권 시절 국회에서 권력의 탄압을 받았던 김영삼 당시 신민당 총재와는 전혀 상황이 다르다. 성상납이든 증거 은폐든 당 대표에게 쏟아진 의혹에 대해 당에서 징계로서 당원권 정지(6개월)를 결정했으면 일반 당원도 아닌 당 대표로서 그 무게감을 느끼고 자중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그렇지 않았다.
 
물론 당에서 비상대책위원회를 강행하여 이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시도에 억울한 측면도 있었을 것이지만, 이 모든 것을 법원 결정에 의탁하는 것은 정치력 부재를 반증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앞서 언급했듯이 법원에서 비상대책위원회를 설치할 상황이 아니라고 결정했음에도 이를 회피하려는 꼼수를 모색하는 국민의힘 수뇌부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정당은 정치 의사 형성에 있어서 국민과 국가 사이의 매개적 역할을 하는 기관이자. 대의민주주의 국가에서 필수적인 기관이다. 따라서 각종 법률에서 정당에게 다양한 특권을 인정해주고 있다. 그런데 지금의 국민의힘 당내 갈등이 과연 헌법이 부여한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것일까.
 
분란의 원인인 이 전 대표는 이미 당에서 축출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럼 이제 권성동 원내 대표 등 당내 수뇌부도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 집권한 지 몇 달도 되지 않았다면 아직 초심에서 나라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최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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