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태풍 힌남노 피해상황 긴급점검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여야가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할퀴고 지나간 경북 포항을 앞다퉈 찾으며 피해 복구에 만전을 기했다. 다가오는 추석 민심에서 우위에 서겠다는 '민생 우선' 전략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국무회의를 마친 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포항에 가서 이재민과 피해자 가족들을 위로하고 피해 상황을 면밀하게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별재난지역 선포 여부에 대해서도 "피해 조사와 절차가 필요하지만, 포항의 경우 최대한 신속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무회의에서는 힌남노 피해 복구를 위해 예비비 500억원을 긴급 편성·투입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일 오전부터 6일 자정을 넘기면서까지 대통령실에서 40시간가량 머물며 힌남노 대비태세를 실시간으로 챙겼다. 집무실과 지하벙커인 국가위기관리센터를 오가며 피해상황을 점검하는 등 총력대응에 나섰다. 윤 대통령이 지난 5월 취임 이후 청사에 머무르며 밤을 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달 수도권 집중폭우 당시 퇴근했다가 비판여론에 직면한 것과는 180도 다른 행보로, 추석을 전후로 지지율 반등을 꾀하겠다는 의도도 일부 포함됐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도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에 무한책임을 진다는 각오로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라며 "모든 국민들께서 완전한 일상 회복에 이를 때까지 제가 직접 모든 상황을 챙기겠다"고 피해 복구 일선에 섰다. 그는 "재난은 우리 사회의 약자에게 더 큰 피해와 고통으로 다가온다"며 "재해보험금, 재난지원금 등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구해 피해를 입은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6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의 한 아파트에서 태풍 '힌남노'의 폭우 때 지하 주차장에서 실종된 주민들을 찾는 수색작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권성동(앞줄 가운데)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가 현장을 찾아 상황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야 정치권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비롯해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 양금희 원내대변인 등 원내지도부는 지난 6일 오후 힌남노로 주민 실종 신고가 있었던 포항 남구 인덕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찾았다. 포항은 폭우로 가장 피해가 컸던 지역으로 꼽힌다. 특히 인명 피해도 속출했다. 권 대표가 찾은 곳에서는 차를 빼러 갔다가 실종 신고된 주민 등 9명이 추후 발견됐는데, 이중 2명만 생존한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다. 나머지 7명은 안타깝게도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현장을 찾은 권 원내대표는 "언론을 통해 듣는 것보다 피해 상황이 훨씬 심각하고 복구하는데 많은 자원, 장비,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하루빨리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도록, 중앙정부에서 신속한 지원이 이뤄지도록 정부에 요청하겠다"고 약속했다. 특별교부세 지원도 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와 협의키로 했다. 권 원내대표는 밤 늦게 서울로 올라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며 "정부에 전폭적 대책 마련을 요청했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가 7일 오전 태풍 피해지역인 경북 포항시 남구 대송면 일대를 찾아 피해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를 거른 채 포항으로 내려가 피해상황을 점검하고 이재민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대표는 "포항의 특별재난지역 선포 문제는 정부에서도 응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신속히 선포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재난피해 지원금에 대해서도 "침수의 경우 보상금액이 200만원인데 너무 적다"면서 "지원 금액을 올리는 것을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했다.
여야가 힌남노 피해 복구에 전력을 다하며 민생 이미지 경쟁을 벌이는 것은 추석이 다가오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민생과 연결된 피해 복구 의지는 차례상 민심을 좌우할 수 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힌남노 대응에 적극 나선 것은 지난달 수도권 호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난 여론을 의식한 행보"라며 "여야가 포항에 내려 피해 복구에 적극 나선 것도 추석 민심을 고려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