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 16일 '신당역 역무원 스토킹 살인사건' 추모공간에 방문해 "이 사건은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다"라고 발언하자, 이를 두고 여성계가 망언이라 평가하고 즉각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진보당·녹색당·전국여성연대 등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장관이 여성혐오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건지 의문"이라며 "올해 사법처리된 20대 스토킹 피해자는 1285명 중 1113명(87%)이 여성이며 스토킹 피해자와 성폭력 피해자의 절대다수가 여성인 한국사회에서 이번 사건을 여성과 남성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면 도대체 무엇으로 볼 수 있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김 장관은 망언에 대해 당장 사과하고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혐오범죄'란 '개인에 대한 증오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속한 그룹에 대한 적대감에 의해 저질러지는 범죄'로 정의된다"며 "이번 피해자는 우연적으로 선별된 것이 아니고 가해자가 적대감을 표출할 수 있는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가해자가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이상 피해 여성은 대체가능한 불특정 다수가 될 수 있다"며 "다시 말해 그 여성 역무원이 아닌 다른 여성이 대상이었어도 일어날 수 있는 범죄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경 전국여성연대 대표도 "김 장관은 지난 7월에 발생한 '인하대 성폭력 살인사건'에서도 '여성 폭력이 아니다'라고 했다가 거센 여론에 밀려 입장을 바꾼 사실을 기억한다"며 "이번 사건이 여성과 남성간 젠더폭력이 아니면 도대체 무엇으로 볼 수 있는가. 김 장관의 발언으로 또 다른 스토킹 피해자들은 스스로의 안전에 안심할 수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이들은 스토킹방지법을 보완해 엄정 대응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대책으론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여가부 폐지 정책을 철회하고 강화된 성평등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많은 사건에서 가해자를 처벌할 법이 있더라도 성폭력 피해자는 온전히 보호받지 못한다"며 "성폭력이 무엇이며, 왜 발생하는지에 대한 구조적 관점이 부재한 상태에서 '엄벌주의'로는 성평등을 실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여가부 폐지와 성폭력 범죄의 종식은 함께 갈 수 없다"며 "여가부를 강화하고 성평등 정책을 추진하라"고 요청했다.
진보당과 녹색당·전국여성연대·불꽃페미액션 회원들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당역 살인사건 추모공간에 방문해 김현숙 여성가족부장관의 발언을 두고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