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정부가 재건축 사업의 최대 걸림돌로 지목한 '재건축부담금'을 대폭 손질한다. 특히 재건축부담금 면제기준 금액은 1억원까지 높이고 1세대 1주택자의 부담금도 최대 절반까지 깎아준다. 또 재건축부담금 부과개시 시점은 조합설립 인가일로 늦추고 기부채납 등 공공기여 부담도 완화한다.
국토교통부는 29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재건축부담금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2006년 처음 도입된 재건축부담금 제도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유예되다, 2018년부터 부활한 바 있다. 현재는 재건축으로 조합원의 초과이익이 3000만원을 넘으면 최대 50%의 부담금을 내도록 하고 있다.
재건축부담금 합리화 방안을 보면, 부담금 면제기준 금액은 현행 3000만원에서 1억원 이하로 높인다. 부과구간도 기존 2000만원에서 7000만원 단위로 확대한다.
재건축부담금 부과 개시시점도 기존 '최초로 구성된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일'에서 '조합설립인가일'로 조정한다. 이는 정비사업의 권리·의무를 부여받는 실질적인 사업주체가 조합이고 부담금 납부 주체 역시 추진위원회가 아닌 조합이라는 점을 반영한 조치다.
특히 1주택 장기보유자의 부담금도 대폭 완화한다. 현재는 주택보유기간 등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부담금을 부과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1세대 1주택자로 해당 주택을 준공시점부터 역산한다. 6년 이상 보유한 경우 부담금은 10% 감면하고 10년 이상은 최대 50%까지 감면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준공 시점에도 1세대 1주택자 자격을 유지해야 하고 보유기간은 1세대 1주택자로 해당 주택을 보유한 기간만 인정한다.
민간 주도의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한 공공기여 감면 인센티브도 추진한다. 기존에는 공공임대 및 공공분양 주택 등 공공기여 매각대금이 초과이익에 포함돼 부담금이 늘어나는 구조였다면 앞으로는 이러한 매각대금을 부담금 산정 시 초과 이익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과다한 재건축부담금 부과로 재건축 사업이 위축되거나 지연되는 부작용을 다소나마 줄일 수 있고 장기적으로 서울 등 도심 주택공급 확대에도 긍정적인 효과 발휘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번 개선안이 확정되면 지난 7월 기준 예정 부담금이 통보된 단지 84곳 중 38곳은 부담금이 면제된다. 지방의 경우 32개 단지 중 21곳이 부담금 면제거나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부담금 1억원 이상 부과예정 단지도 19곳에서 5곳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번 정부안은 법 개정 사안이 필요한 만큼,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재건축 부담금 감면에 대해 부정적 견해가 우세해 시행 여부는 미지수다.
권혁진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이번 개선방안은 그간 관련 전문가, 지자체 등과 여러 차례 논의를 거쳐 마련한 것"이라며 "이번 방안이 법률 개정사항인 만큼 입법과정에서 국회와 긴밀히 협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29일 재건축부담금 면제기준 금액을 1억원으로 높이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 '재건축부담금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 7월29일 서울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