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숨 막히는 고물가가 정점을 찍고 안정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불안 요인은 여전한 모습이다. 특히 소비자물가 상승폭이 두 달 연속 주춤한 모습이나 우크라이나 전쟁발 요인과 산유국들의 대규모 감산 논의에 국제 유가가 들썩이는 분위기다.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 요인까지 적용할 경우 하반기 추가적인 물가 상승흐름은 거듭될 전망이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과 석유류 제외 지수) 상승률은 4.5%로 전월(4.4%)보다 상승했다.
지난달 가공식품·석유류 등 공업제품 상승률은 1년 전보다 6.7% 상승했다. 휘발유·경유 등 석유류 상승률은 8월 19.7%에서 9월 16.6%로 둔화한 모습이다.
문제는 산유국 등의 대규모 감산 소식이 들리면서 국제 유가 상승이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외신 등에 따르면 이날 국제 유가는 산유국들의 대규모 감산 논의 여파로 급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1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5.2%(4.14달러) 치솟은 83.6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12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4.4%(3.72달러) 오른 88.86달러에 거래됐다.
한국은행 측도 소비자물가가 상당 기간 5~6%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 가격 오름폭이 축소되면서 전월보다 소폭 낮아졌지만 외식 등 개인서비스 품목을 중심으로 오름세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전개 양상, 글로벌 긴축기조 강화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높은 수준의 환율, 주요 산유국의 감산 규모 확대 등이 물가 상방 리스크로 잠재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농축수산물 불안 요인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달 농축수산물은 1년 전보다 6.2% 상승한 상황이다. 올해 작황이 좋지 않았던 배추와 무는 1년 전보다 각각 95%, 91% 폭등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이날 기준 배추 한 포기 평균 소매가격은 8225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1년 전(5134원)보다 60.2% 오른 가격이다. 같은기간 무 1개당 소매가격은 1849원에서 3996원으로 116.1% 급등했다.
정부는 11월 이후 김장철에 대비해 주요 김장재료인 배추·무·고춧가루·마늘 등에 대한 수급안정 대책을 이달 중 발표할 계획이다.
김종구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은 "배추 공급량은 앞으로 점차 확대되어 김장철에는 충분한 물량이 공급될 것으로 본다"며 ""소비자들의 김장철 장바구니 부담이 증가하지 않도록 부담완화 대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전기·수도·가스도 전년 동월 대비 14.6% 오르는 등 역대 최대 상승률을 기록한 전월(15.7%)에 이어 높은 오름폭을 유지 중이다. 전기료(15.3%), 도시가스(18.4%), 지역 난방비(12.5%), 상수도료(3.5%) 등이 일제히 오른 상황이다.
이달부터는 전기요금 5%, 도시가스 요금 16%씩 인상한 바 있다.
서비스물가 중 외식 물가는 9.0% 오르는 등 지난 1992년 7월(9.6%) 이후 30년2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소 내려오긴 했지만 향후 물가 상승은 지속될 거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달부터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인상이 본격화하고 산유국들의 감산까지 결정하게 되면 석유류 등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물가 추가 상승 압력을 높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2022년 9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93으로 전년동월 대비 5.6% 상승했다. 사진은 전기 계량기 모습.(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