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최근 집값이 하락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공시가격이 시세의 90%를 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한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난 셈이다.
특히 일부 단지의 경우 집값 추가 하락 때 공시가격이 실거래가보다 높은 '역전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0일 <뉴스토마토>가 집값 하락세가 두드러진 주요 지역 내 아파트 단지들을 살펴본 결과, 올해 들어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이 큰 폭으로 뛴 곳들은 다수 확인됐다.
대표적으로 인천시 연수구 송도더샵그린워크3차의 경우 33평(3층 기준)의 2022년도 공시가격은 6억5800만원으로 1년 전(4억4300만원)보다 45.3%(2억500만원) 올랐다. 반면 해당 평형의 최근 실거래가는 6억8000만원(9월15일, 3층)으로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은 96.8%로 나타났다.
10일 <뉴스토마토>가 집값 하락세가 두드러진 주요 지역 내 아파트 단지들을 살펴본 결과, 올해 들어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이 큰 폭으로 뛴 곳들은 다수 확인됐다. (표=뉴스토마토)
경기도 양주시 옥정센트럴파크푸르지오(1862세대)의 경우도 비슷한 상황이다. 해당 아파트의 24평형(22층 기준) 기준 올해 공시가격은 전년(1억9900만원) 대비 49.7%(9900만원) 오른 2억9800만원이지만 동일 평형의 최근 실거래가는 3억원(9월13일, 22층)으로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이 99.3%에 달했다.
지방도 예외는 아니다. 대구시 달서구 대구월배아이파크2차(2134세대) 35평(6층 기준)의 올해 공시가격은 3억6100만원인 반면, 최근 동일 평형은 3억8500만원(10월6일,6층)에 손바뀜이 돼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93.8% 수준을 보였다. 대구 지역은 내년에도 3만가구 이상의 입주물량이 예정돼 있어 집값이 추가로 하락할 경우 대구 전역의 공시가격 역전현상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20년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계획'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올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시세 9억원 미만 공동주택의 평균 현실화율은 오는 2023년 70%까지 끌어올린 뒤 점진적으로 높여 2030년 90%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무리한 공시가격 인상에 집값 하락이 맞물리면서 당초 계획보다 8년이나 앞서 전국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90%를 넘어선 단지가 등장한 것이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이란 정부가 매년 공시가격 산정 기준일인 1월1일을 기준으로 공동주택의 적정가격을 조사·산정해 중앙부동산평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공시하는 가격을 말한다.
현행 공시가격은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건강보험료 등 67개 행정제도의 기초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공시가격을 잘못 건드리면 국가의 보호를 받아야 할 사람이 기초생활보장 대상이나 건강보험 피부양자에서 탈락되고 서민들의 세부담만 커지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지난 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이상론적이고 무리한 정책'이라 평한 바 있다. 그러면서 "(공시가격 인상으로) 세금이나 복지정책에 있어서 억울한 탈락자가 없도록 해야 하는데, 이런 문제가 심각하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문가들도 현 공시가격제도에 문제가 있다며 합리적 조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은 "부동산 공시가격의 불합리한 결정은 조세 부담의 공평성을 저해하게 된다"며 "지난 정부에서 진행한 부동산공시가격의 현실화를 위한 개선 노력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진행됐는지, 현실화율 제고라는 주장이 적정한 것인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 유형과 가격대별로 목표 기간과 현실화율을 다르게 설정하고 부동산 시장에 큰 변동이 없음을 전제로 공시가격을 시세의 9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현행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은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며 "매년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다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