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데이터센터(IDC)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4차산업혁명과 미래 산업의 필수 인프라로 데이터가 자리잡으면서 데이터 안보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데이터센터로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까닭이다. 구글·아마존웹서비스(AWS)·마이크로소프트(MS) 등 해외 IT 기업들이 꽉잡고 있는 시장에 국내 IT업체들도 투자를 늘리며 진출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국내기업들이 후발주자로서 공격적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규제 칼날이 데이터센터로 쏠리고 있다. 사업 특성상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도 쉽지 않은 마당에 이중고를 맞이하게 됐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IT서비스 기업들뿐만 아니라 통신사, 플랫폼서비스 기업들도 최근 데이터센터 증설에 집중하고 있다. 과천·수원·상암·구미·춘천에 데이터센터를 보유 중인 삼성SDS(
삼성에스디에스(018260))는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동탄에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LG CNS는 국내에만 인천·상암·부산·가산 등 네 개의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이다. SK㈜ C&C의 경우 이번에 화재가 난 판교 외에 대덕까지 두 개의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통신사들도 적극적이다. SK브로드밴드는 내년 부산 지역에 아시아 허브 데이터센터를 개장할 예정이고,
LG유플러스(032640)는 평촌에 축구장 6개 면적의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KT그룹도 서울 가산에 지상 10층, 지하 5층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증설하고 있다.
NAVER(035420)(네이버)도 2023년 준공을 목표로 두 번째 데이터센터를 세종에 건설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 분위기로 2000년 53개에 불과했던 국내 데이터센터는 2020년 156개로 늘었고, 2025년엔 188개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SK㈜ C&C 판교 캠퍼스. (사진=뉴스토마토)
시장 수요에 발맞춰 사업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었지만, 이번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서비스가 대거 먹통되면서 규제의 칼날이 정조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의 대상 사업자에 데이터센터사업자가 포함되고, 재난 대비 항목에 주요 데이터의 보호를 추가하는 법 개정안이다. 여야가 법 개정에 공감대를 보이고 있으며,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7일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정부도 이 부분을 적극 살펴보겠다는 계획이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에 참석해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원인 분석과 함께 부가통신 서비스와 관련 시설에 대한 점검 관리 체계를 보완하는 등 제도적·기술적 방안들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SG 경영이 중시되는 분위기도 경영의 어려운 요소로 꼽힌다. 데이터센터는 24시간 돌아가야 하는 데다 섭씨 21~27도 수준의 온도를 유지해야 하다 보니 소비 전력량이 상당한 까닭이다. 삼성SDS, 네이버 등 일부 기업들은 이런 문제를 피하기 위해 강원 춘천 등 서늘한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기도 하지만 근본적 해결책을 찾기는 쉽지 않다. MS는 전세계 60여개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보유하며 140여개 국가에서 운용 중이고 AWS와 구글은 30여개 지역에서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해외 대비 후발주자로 사업을 적극 확장 중이었지만, 시장의 눈이 집중되자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업계 관계자는 "안정성에 대해서는 기업들이 자체 매뉴얼에 따라 철저하게 대응하고 있고, 이번 화재 사태를 계기로 안전 매뉴얼을 추가적으로 살펴보고 있다"며 "다만 규제는 한번 도입되면 없애기 어려운데, 이번 카카오 사태로 과도한 규제가 도입될까 우려감도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