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고은하 기자] 최근 영유아 대상으로 사람 메타뉴모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다. 메타뉴모바이러스는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호흡기감염증을 일으키지만 어린이, 노인, 면역 체계가 약화된 사람에게는 위험한 바이러스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철저한 손 씻기와 환기 관리로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24일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정체기를 벗어나고 있고, 사람 메타뉴모바이러스, RS바이러스 등 유행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기석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정기석 자문위원장은 "특히 소아 청소년층에서 증가하고 있다"며 "사람 메타뉴모바이러스 감염증은 2019년 상반기 유행 이후 3년 만에 유행이 재개됐고, RS 바이러스도 코로나 이전엔 겨울철에 늘 오는 흔한 바이러스였으나 독감과 더불어 유행이 빨리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메타뉴모바이러스(HMPV)는 세포융합 바이러스(RSV)와 함께 파라믹소바이러스 계열에 속하는 바이러스다. 특히 어린이와 면역 체계가 약한 사람 및 노인은 메타뉴모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합병증에 가장 취약하다. 메타뉴모바이러스는 감염된 개인과의 긴밀한 접촉 또는 오염된 지역과의 접촉에 의해 전파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NREVSS 감시 데이터에 따르면 메타뉴모바이러스는 온화한 기후의 늦은 겨울과 봄에 가장 활동적이다. 우리나라도 유사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 내과 교수는 "메타뉴모바이러스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호흡기 바이러스의 일종이라며 현재 아이들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다"며 "메타뉴모바이러스는 5세 미만의 아이들은 최소 한 번씩 걸리는 바이러스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유아 중에서도 미숙아라든지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층들이 이 바이러스에 걸리면 폐렴이 생길 수 있다"면서도 "건강한 아이들이나 성인들의 경우엔 단순한 감기 바이러스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영유아의 확산세가 급증하는 배경에 대해선 "그동안 영유아는 메타뉴모바이러스에 노출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취약하다"며 "코로나19도 마찬가지로 바이러스에 노출돼서 면역이 생기면 재감염되더라도 가볍게 지나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경우엔 많이 감염되지만 중증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며 "현재 백신 및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손 씻기와 철저한 환기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상혁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아이들 같은 경우에는 주로 단체 생활을 하기 때문에 전파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 환자가 발생한다"며 "폐기능이 약하거나 호흡기 질환이 있는 아이들의 경우엔 증상이 심하게 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메타뉴모바이러스에 심하게 감염된 후에는 호흡 곤란을 일으켜 모세기관지염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 과장은 예방 방안에 대해선 "인플루엔자 감염 때 사용하는 항바이러스제 이외에는 없다"면서도 "메타뉴모바이러스의 역학 정보를 생성하기 위한 연구 디자인이 미흡하기 때문에 메타뉴모바이러스의 유행에 대해서 해석하는 데는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는 "지난 두 해 겨울 동안 메타뉴모바이러스가 전혀 유행하지 않았다"며 "영유아에게서 위험한 이유는 아이가 태어나서 한 살이 될 때 모행이행항체가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항체 생성 능력이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겨울철에 메타뉴모바이러스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호흡기 바이러스들이 전부 유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덧붙였다.
백 교수는 "메타뉴모바이러스의 주요 감염 경로는 아이들의 집단생활과 외부 감염원에 의해 감염된다"면서도 "외부 활동 이후에는 철저한 손씻기와 샤워, 환기 등으로 외부 바이러스가 아이에게 옮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은하 기자 eunh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