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제약 본사 전경. (사진=일동제약)
[뉴스토마토 고은하 기자] 현재 전세계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시장은 글로벌 제약사인 머크 '라게브리오'와 화이자 '팍스로비드'가 선점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 경구치료제로 승인을 받은 것도 이 둘 뿐이다. 하지만 국내 제약사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현대바이오(048410)와
일동제약(249420)이 그 주인공들이다.
2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임상승인 현황에 따르면 코로나19 치료제로 식약처로부터 임상을 승인받은 국내 기업은 25곳이다. 이 가운데 일동제약, 현대바이오 등이 본격적인 치료제 상용화 준비에 나섬에 따라 연내 승인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셀트리온의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이 각각 허가를 받아 상용화됐다. 이외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도 '토종 2호'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위해 임상 등을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 허가 문턱을 넘지는 못하고 있다.
우선 현대바이오는 항바이러스제 후보물질 CP-COV03의 코로나19 임상2상에서 임상 참여자를 대상으로 모집한 채혈 인원을 지난 13일 기준 목표 인원 60명을 모두 채웠다. 이들 60명의 혈액은 곧바로 전문기관에 전달돼 CP-COV03의 체내 흡수율 분석이 이뤄진다.
현대바이오 서울사무소 전경. (사진=현대바이오)
채혈을 통해 혈중 약물농도가 나오고 이를 바이러스 농도와 비교하면 항바이러스 효능 파악이 가능해 임상 종료 전이라도 긴급사용승인 신청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유력한 근거가 될 수 있다.
이번 채혈은 니클로사마이드를 주성분으로 한 CP-COV03의 인체 내 흡수율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현대바이오는 체내 흡수가 안 돼 낮았던 니클로사마이드의 생체이용률을 첨단 약물 전달체(DDS) 기술로 43배를 끌어올리고 CP-COV03을 개발했다.
니클로사마이드는 코로나19를 비롯해 에이즈, 천연두,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대상포진 등 30종 이상의 바이러스 감염질환에 효능을 보이고 있다.
니클로사마이드는 지난 20여년 동안 세계적인 연구기관들이 '세포 효능실험'등을 통해 코로나뿐 아니라 원숭이두창과 간염, 에이즈 등 수십 종에 달하는 바이러스 감염 질환에 탁월한 효능이 입증됐으나 생체 이용률이 너무 낮아 동물이나 사람에게서 안전성과 효능 입증에 성공한 사례는 CP-COV03 가 유일하다.
우흥정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대바이오에서 개발하는 니클로사마이드는 예전엔 기생충 치료약으로 썼지만 여러 바이러스에 효과적이라는 게 밝혀졌다"며 "롱코비드의 기전은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면서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호흡기 감염은 급성기 감염으로 끝날 걸로 예상했지만 몇 달 가는 경우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우 교수는 "니코사미드는 단순히 항바이러스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라 면역을 조절하는 기능, 염증을 가라앉히는 기능 등 다양하게 알려져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바이오는 국내외에서 CP-COV03의 긴급사용승인 신청 절차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현대바이오는 식약처의 긴급사용승인을 최대한 빨리 신청하기 위해 최근 메디팁과 인허가 대행 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현대바이오는 지난달 22일 미국 현지에서도 글로벌 CRO 아이큐비아(IQVIA)와 자문계약을 체결하고 미국 버지니아주에 현지 법인 '현대바이오 USA'를 설립하는 등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준비에도 돌입했다.
이로써 세계 최초 범용 항바이러스제 탄생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현대바이오는 항바이러스제 후보물질(CP-COV03)의 약물 이름(브랜드)을 '제프티(Xafty)'로 확정했다. 제프티는 '빠른 치료'를 뜻하는 'Fast treatment', '안전을 떠오르게 한다'는 의미의 'Evoke Safety'의 합성어로, 고대 이집트 신화에 등장하는 지식과 과학의 신 '제후티'(그리스 이름 토트, Thoth)에서 따왔다.
한편 일동제약은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청한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조코바'(S-217622)의 임상시험 계획 변경을 승인받았다고 지난 17일 공시했다. 조코바는 일동제약이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공동 개발하는 코로나19 치료제로 지난달 임상 3상 주요 결과가 발표됐다.
일동제약은 시오노기가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에 임상시험계획서 변경을 신청, 승인받으면서 국내 식약처에도 임상 2·3상 변경을 신청했다.
지난달 28일 일동제약이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개발 중인 조코바의 임상 2상·3상에서 유효성을 확인했다는 발표가 나왔다. 이번 임상에선 일본, 한국, 베트남 등에서 총 1821명의 환자가 참여했다.
연구의 주요 목표는 증상 발병 후 72시간 이내에 무작위 배정된 환자에서 변이 바이러스의 특징인 다섯 가지 주요 증상(코가 막히거나 콧물, 인후통, 기침, 뜨겁거나 발열 느낌, 낮은 에너지 또는 피로감)에 대한 '엔시트렐비르'의 유효성 검증이다.
이번 임상에선 안전성과 관련해 엔시트렐비르의 두 복용량 모두 잘 견뎌 냈으며, 심각한 부작용이나 사망은 없었다.
앞서 지난 7월 시오노기 제약이 신청한 조코바 긴급사용승인에 대해 일본 후생노동성이 유효성 데이터 불충분 등을 이유로 승인을 보류 받은 적도 있다. 이처럼 조코바가 임상 2·3상 시험계획 변경을 승인받기까지는 녹록지 않았다. 조코바가 국내에서 승인받으면 머크의 라게브리오, 화이자의 팍스로비드에 이어 세 번째 먹는 코로나19 치료제가 된다.
오기환 한국바이오연구센터장은 "코로나19의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실패한 기업들의 경우 정부에서 지원한다고 했지만 기업에서 투자한 인력과 투자는 더 많았다"며 "이 과정에서 동물실험, 임상연구심사위원회(IRB) 신청, 임상 환자 모집, 임상 디자인 등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을 경험했고 노하우도 쌓았다"고 강조했다.
오 센터장은 "성공 및 실패한 기업, 정부도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했다"며 "이런 경험들이 다음 팬데믹과 국민 보건에 필요한 의약품 개발에 중요하게 활용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백신과 치료제 개발은 단기간에 성과를 보기 어렵고 성공확률도 높지 않다"며 "기업 입장에선 선뜻 개발에 나서기 어려운 분야"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실패를 통해 얻은 경험은 추후 반복될 수 있는 팬데믹 등 감염병 위협에 우리가 대응할 수 있는 자산이 된다"며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대한 지원이나 감염병 이후 개발에 신속히 개발 가능한 시스템, 사회적 공감대 마련이 앞으로도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정부도 또 다른 국산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이 탄생할 수 있도록 개발부터 제품화에이르는 전 과정에서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고은하 기자 eunh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