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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가 기회가 된 이들
입력 : 2022-10-28 오후 5:43:34
숏박스 채널 가운데 '장기연애' 시리즈 캡처.
 
유튜브에서 개그맨들의 끼를 재발견하고 있다. 한때 여심을 흔들어놓았던 카페 사장 '최준' 캐릭터는 유튜브 채널 피식 대학에서 개그맨 김해준의 부캐였다. 소개팅남 콘셉트로 "어, 예쁘네?"라고 말하는 느끼한 모습에 처음에는 화들짝 놀라 창을 닫았는데 이상한 끌림에 다시 열어 계속 보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닌 캐릭터였다. 나와 같은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나보다. 이 때문에 '준며들다(최준에게 스며들다)'란 신조어까지 생겼다. 
 
유튜브 구독자가 113만명에 달하는 개그맨 강유미는 또 어떤가. 현실고증 롤플레잉은 그가 얼마나 역할에 대한 연구와 고민을 했는지가 여실히 드러난다. 사이비 종교 전도인 '도믿걸'은 내가 대학교 때 만나 멋모르고 커피까지 사주고 얘길 들었던 사람들과 너무 똑같아 놀라웠다. 게다가 도믿걸과 공부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스터디윗미'라는 콘텐츠까지 만든 걸 보고 은은한 광기에 경의를 표하게 됐다. 여우짓 하는 친구, 찜질방 세신사, 결혼정보회사, 돌팔이 의사 등을 너무 생생히 재연해 댓글에선 PTSD를 호소하는 이들도 많다. 
 
올해 숏박스는 자가격리나 장기 연애 등 현실 밀착형 소재를 바탕으로 6개월만에 135만 구독자를 돌파했다. 곳곳에 세심한 장치가 숨겨져 있는 '장기연애' 시리즈를 재밌게 봤는데 일상 속 공감대를 자극하는 요소가 이렇게 큰 호응을 얻을 준 몰랐다. 2023년을 보여주는 유튜브 채널 '킥서비스'는 실생활의 이면을 보여주는 하이퍼리얼리즘 코미디의 극치를 보여준다. 항상 등장하는 핸드폰에는 카메라 수십 개가 달려 있어 환 공포증을 일으키고, 제트플립은 제트제트제트 플립플립플립이 돼 펴고 또 편다. 
 
개콘과 웃찾사의 폐지로 크게 좌절했던 이들은 유튜브를 통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코미디 프로그램 속에서 다 보여줄 수 없었던 끼와 재능을 유튜브에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없이 보여주며 대중에게 새로운 충격을 줬다. 짜여 있는 콩트가 아니라 애드리브로 진행되는 콘텐츠 역시 그들의 재능이 더 빛을 발하는 창구가 됐다. 항상 위기가 기회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준비가 돼 있는 사람들에겐 적용되는 말이다. 은은한 광기처럼, 평소 자신만의 색깔과 콘텐츠를 갖고 있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제대로 미치면 제대로 (잭팟) 터질 수 있는 시대기도 하니. 
 
 
홍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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