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대장동 의혹’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과거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소유주)에게 “영학이, 나중에 이재명 님 청와대 가면”이라고 말한 녹취록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대통령 당선 시 정 회계사가 요직을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곽상도 전 의원의 변호인은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이준철) 심리로 열린 곽 전 의원의 뇌물 혐의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정 회계사에게 2020년 3월 24일자 녹취록을 제시했다.
법정에서 공개된 녹취록은 정 회계사가 대장동 개발 민간업자 등과 2012∼2014년, 2019∼2020년 나눈 대화나 통화를 녹음한 것이다.
녹취록에서 정 회계사가 “지지율이 2위 나오면 잘 나온 것 아닙니까?”라고 묻자 김씨는 “이재명? 이재명은 대통령이 되지”라고 말했다.
이어 김씨가 “영학이, 나중에 이재명 님 청와대 가면”이라고 운을 떼자 정 회계사는 “전혀, 저는 형님, 콩팥이 하나에요. 저는 코로나 걸리면 죽습니다, 바로”라고 답했다.
곽 전 의원 측 변호인은 이 부분에 대해 “김씨가 증인(정 회계사)을 청와대나 요직에서 일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한 것 아닌가”라고 질의했다. 이에 정 회계사는 “그런 의미라고 생각 안 했다”고 답변했다.
또한 녹취록에는 2020년 10월 26일 김씨와 정 회계사 대화 내용 중 ‘이재명 게이트’란 표현이 나왔다. 변호인이 “(김만배씨가 말한) ‘이재명 게이트’가 무엇이냐”고 묻자 정 회계사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아울러 녹취록에선 김씨가 “윤석열이는 형(김만배)이 가지고 있는 카드면 죽어”라는 말도 흘러나왔다. 변호인이 이 대화에 나오는 ‘윤석열 리스크 카드’의 의미를 묻자 정 회계사는 “모른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그냥 중립 정도로 알고 있다”며 “정치성향은 없었던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곽 전 의원 등에 대한 다음 공판은 오는 9일 열릴 예정이다.
곽 전 의원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관련 로비 대상을 일컫는 이른바 '50억 클럽' 멤버로 지목된 인물이다. 그는 화천대유가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데 도움을 준 대가로 아들을 화천대유에 취업시키고, 이후 아들 퇴직금 등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은 혐의(특경가법상 알선수재)를 받는다. 김씨는 곽 전 의원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50억 클럽'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곽 전 의원을 비롯해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검, 최재경 전 민정수석, 김수남 전 검찰총장,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 등이다.
정영학 회계사가 지난 5월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배임 혐의' 관련 28차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사진=공동취재사진)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