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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라는 무거움
입력 : 2022-11-03 오후 6:03:06
놀란 가슴을 안고 맞이한 이번 주 월요일은 유독 버거웠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애도는 하되, 일은 해야 하기에 어려움이 배가 됐다.
 
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이태원역 출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희생자를 위해 남겨진 메시지가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취재를 하기 위해서는 취재원에게 연락부터 해야 했다. 갑작스레 유명을 달리하거나 가까운 가족 중에 아픔을 겪은 이들도 있을 수 있어 전화를 거는 것도, 수화기 넘어 말문을 여는 것도 쉽지 않았다. 우선 연락이 닿은 이들에게 평소의 '안녕'과 다른 심각한 '안녕'을 여쭸다. 이윽고 그쪽에서도 나의 안부를 조심스레 묻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다행'이란 단어를 쓰는 것이 마침맞지는 않지만 지인, 취재원 중에 불행한 일을 당한 이들은 없었다. 하지만 지인들이 다니는 여러 기업의 소식을 모아보니 처참했다. 사고 다음날부터 자녀상 공지가 이어지는 공기업부터 본인상 소식이 잇따른 대기업까지. 지인 중 한 분은 주변 직원이 당한 불의의 사고에 감정을 추스리기 힘들어 화장실로 대피했다고 했다. 가까이에 있던 동료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고 생각해보라. 상대적으로 느슨한 인간관계일 수도 있는 직장동료 사이에서도 트라우마를 남겼다.
 
사고 직후 부모님들은 자녀의 안무를 물었고 사고 다음날은 친구들이 서로의 안부를 묻기 바빴다.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읽지 않았다는 표시인 '1'이 하루 넘게 사라지지 않으면 가슴이 내려앉았다. 한 친구는 라섹 수술로 인해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해 카카오톡 이용을 삼갔지만 모두의 가슴을 철렁하게 한 죄로 때 아닌 사과를 해야 했다.
 
월요일부터는 이전 직장 동료, 협력업체, 과거 대외활동 모임, 취미 모임 등이 속한 채팅방의 알림이 울리기 시작했다. 모두가 아무 일 없길 바라며 애써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모두가 이야기에 참여할 때까지 말이다. 한 후배는 갑자기 고등학교 단체 채팅방이 부활했다고 의아해했다. 이유를 모르겠다던 후배에게 '생사확인용'일 것이라 알려주니 맞았다고 알려왔다.
 
오랜만에 연락을 하고 마치면서 '건강하게 지내라'는 인사 대신 '살아있자'는 인사를 건넸다. 정말 그런 마음이 들어, 있는 그대로 인사말로 옮겼다. 아직도 미처 묻지 안부를 묻지 못한 이들이 있다. 최근 몇 년간 연락을 하지 않았으나 이태원에 즐겨가던 지인에게 안부 묻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안부를 묻는 것이 이렇게 어려울 때가 있었나 싶다. 나에게 안부를 물어준 이들에게 고마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런 종류의 안부를 묻어야 하는 상황, 없었으면 싶다. 처음이자 마지막이길 바란다.
 
변소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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