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 안전교육 7대 표준안'이 만들어진 지 7년 째지만 실질적 교육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실습 등 교육인프라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현장 비판이 거세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실외 인파 밀집 장소에서의 사고 대처 요령 내용을 보강하겠다고 밝히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일선 학교에서 활용 중인 '학교 안전교육 7대 표준안'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학교 안전교육이 통일된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가 만들었다.
지난 2015년 처음 배포된 '학교 안전교육 7대 표준안'은 △생활안전 △교통안전 △폭력 예방·신변 보호 △약물·사이버 중독 예방 △재난안전 △직업안전 △응급처치 등 7개 영역으로 구성돼있다.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매 학년마다 최소 51차시의 안전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가 일어나자 교육부는 이 '학교 안전교육 7대 표준안'에 실외 인파 밀집 장소에서의 사고 대처 요령 내용을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이틀 후 '학교 안전교육 7대 표준안' 전면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집필진에게 관련 내용을 전달한 데 이어 지난 2일 집필진 등과 온라인 회의를 가졌다.
일선 교사와 학부모들이 학교 안전교육 매뉴얼 보완도 중요하지만 체험·실습수업을 할 수 있는 환경 조성과 전문 인력 확충 역시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사진은 지난 1일 서울 용산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가슴에 검은색 리본을 달고 압사 사고 관련 안전교육을 받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그러나 지금까지 이뤄진 안전교육도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는데 해당 내용을 추가한다고 크게 달라질 게 있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선 교사들은 안전교육 매뉴얼을 보완하는 작업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된 안전교육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게 우선이라고 역설한다. 안전교육은 체험학습이나 실습 형식으로 해야 효과적인데 관련 인프라가 부족해 힘들다는 것이다.
서울 지역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많은 학교가 CPR(심폐소생술)·소화기 작동법 등 기본적인 안전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공간과 물품 등이 잘 갖춰져 있지 않다"며 "그렇다보니 제대로 된 안전교육을 하려면 전문 시설에 가야하는데 학사일정 여건 등으로 인해 쉽지 않는 상황이다. 상당수 교사들은 동영상 등 시청각 자료로 대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대변인은 "지금도 교사들이 '학교 안전교육 7대 표준안'에 따라 안전교육을 하고 있지만 실습 위주로 하는 데는 공간 등의 한계가 있다. 안전교육 매뉴얼 보완도 좋지만 현장 교사들에 대한 지원과 환경 조성이 더 필요하다"면서 "또 예전에는 안전교육을 전담하는 교사가 따로 있었는데 교과 전담 교사 TO(인원)가 줄어들면서 사라졌다. 이런 부분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부모들도 안전교육은 이론수업보다 체험이나 실습수업 위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단순 이론수업은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4학년과 중학교 2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B씨는 "우리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안전교육을 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그만큼 기억에도 안 남고 안전 관련 지식을 얻지 못했다는 뜻 아니겠냐"며 "지금과 같은 이론수업 내용을 강화하는 것보다 체험·실습수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효과적일 듯 하다"고 밝혔다.
안전교육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보경 전국학부모모임 대표는 "이론수업은 아무리 내용을 보완하고 하는 횟수를 늘려봐야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담임교사가 하는 형식적인 이론수업이 아니라 안전교육에 전문성 있는 사람이 실습 위주의 수업을 해야 한다. 외부 강사를 초빙하는 방법도 있다"고 강조했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