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의 반도체 매출액이 선두에 오르고, 휴대폰 출하량도 1위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선박 수주는 2위로 내려갔다.
23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간한 '세계속의 대한민국(2022)' 통계집에 따르면 반도체 매출액, 휴대폰 출하량 부문에서 한국이 세계 1위에 올랐고, 기타 품목에서도 대체로 5위 이내 순위를 유지했다.
이번 통계집은 최대 248개국의 노동·임금, 제조업, 물가·금융, 국민 계정, 국가경쟁력 등 부문의 193개 지표를 코로나19 전후로 비교하고, 지표별 우리나라의 국가 순위를 나타냈다.
자동차 생산·판매 감소에도 순위는 상승
우선 제조 산업 부문 중 반도체 매출액은 지난 2019년 556억달러로 미국에 이어 2위였지만, 2021년 732억달러로 1위를 차지했다. 휴대폰 출하량은 같은 기간 2억9600만대에서 2021년 2억7200만대로 줄었지만, 계속해서 1위를 유지했다.
자동차 생산은 2019년 395만1000대에서 2021년 346만2000대로 감소했지만, 순위는 7위에서 5위로 올랐다. 자동차 판매도 179만5000대에서 173만5000대로 줄었지만, 1계단 순위가 상승해 10위에 자리 잡았다.
에틸렌 생산은 878만4000톤에서 1270만톤으로, 합성수지 생산은 1378만6000톤에서 1524만5000톤으로 각각 증가했고, 두 품목 모두 4위를 유지했다.
선박 수주는 2018년 1130만CGT로 1위였지만, 2021년 1750만CGT로 늘었는데도 중국에 밀려 2위로 내려왔다.
지난 21일 오전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 모습. (사진=뉴시스)
연구·혁신 부문에서는 양호한 성과를 보였지만, 고급 인력 유치와 기업가정신은 약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18년과 2020년을 비교해 연구개발 투자는 5위, GDP 대비 연구개발 투자 비중은 2위로 높은 순위를 유지했고, 외국인직접투자(FDI)는 2019년 대비 6계단 상승해 2020년에는 24위를 기록했다. 세계 혁신지수는 2020년 10위에서 2021년 5위, 블룸버그 혁신지수는 같은 기간 2위에서 독일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반대로 해외 고급인력 유인지수는 2020년 43위에서 올해 49위로 내려앉았고, 기업가정신도 5계단 하락해 50위에 그쳤다.
IMD 국제경쟁력 지표·투명성지수 하락
국가경쟁력 부문 중 국가이미지는 2020년 13위에서 올해 5위로 뛰어올랐고, 경제자유도도 25위에서 19위로 상승하는 등 대외 이미지가 전반적으로 향상했다. 이에 반해 정부·기업의 운영 효율과 경제 성과를 종합한 IMD 국제경쟁력 지표는 23위에서 27위로 하락하고, 투명성지수도 32위에서 38위로 하락했다.
환경 부문 중 환경오염 대응 지표인 환경 정책 엄격도는 2018년 12위에서 2020년 16위로 떨어졌다. 또 2019년과 2021년 화석연료 소비량 순위를 보면 석탄이 7위에서 6위, 석유가 7위 유지, 천연가스가 15위에서 13위로 나타나는 등 기후 위기 대응이 다소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미숙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이 지난 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10월 고용 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고용 부문에서는 저출산·고령화로 인구증가율이 2019년 181위에서 2021년 184위, 출산율이 2018년 209위에서 2020년 248위로 각각 순위가 하락했다.
이러한 가운데 1인당 연간 노동 시간이 2019년 3위에서 2021년 4위로 내려가고, 청년실업률이 77위에서 33위로 상승하는 등 양적 노동지표는 개선됐다. 하지만 인건비 증가 속도를 나타내는 단위 노동 비용 증가율이 22위에서 10위로 오르고, 노동생산성이 30위로 1계단 하락하는 질적(생산성·비용) 지표는 악화했다.
장상식 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코로나19 이후 한국은 우수한 제조 경쟁력을 바탕으로 연구개발·혁신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러나 인구·노동 구조와 기후 위기 대응이 미흡하고, 국가경쟁력과 기업가정신이 약화하고 있어 경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서는 그린 전환 가속화에 동참하고, 노동생산성과 정부·기업 운영의 효율성 제고를 통해 국제경쟁력과 기업가정신을 향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