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국내 주요 대기업의 3분기 기준 재고자산이 지난해 말보다 36% 늘어난 165조원 규모로 사상 최고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IT·전기전자의 재고자산이 58조원대로 가장 많았다.
22일 기업 분석 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195개 기업의 재고자산은 지난해 결산 당시 121조4922억원에서 올해 3분기 말 기준 165조4432억원으로 43조9510억원(36.2%)이 증가했다.
이들 기업의 상반기 재고자산은 1분기 말 130조6119억원에서 2분기 말 148조5821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증가율이 13.8%에서 11.3%로 증가세는 감소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재고 금액은 최고치를 경신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25조7542억원이었던 재고자산이 올해 3분기 말 36조7204억원으로 10조9662억원(42.6%)이 늘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1조2466억원에서 3조4244억원으로 2조1777억원(174.7%), LG에너지솔루션은 2조4278억원에서 5조7125억원으로 3조2847억원(135.3%)이 각각 증가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뉴시스)
석유화학 업종 25개 기업은 지난해 말 20조4330억원에서 올해 3분기 말 29조7127억원으로 9조2797억원(45.4%)이 증가했다.
LG화학(051910)이 2조9255억원 늘어난 7조5938억원,
SK이노베이션(096770)이 2조3774억원 늘어난 6조574억원의 재고자산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자동차 업종 26개 기업의 재고자산은 지난해 18조1534억원에서 올해 3분기 말 22조4261억원으로 4조2727억원(23.5%)이 늘어 상대적으로 증가 폭이 적었다.
연구소는 상품 재고 증가율보다 제품이나 반제품 증가율이 높아진 점이 수출이 감소하고 있는 것을 나타내고 있어 더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상품 재고는 지난해 말 19조9147억원에서 올해 3분기 말 25조3334억원으로 27.2% 증가하는 동안 제품과 반제품 재고는 101조5775억원에서 140조1098억원으로 37.9%가 증가해 10%포인트 이상 높은 증가세를 나타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재고가 쌓이는 속도나 양이 기록을 경신했다는 것도 의미가 있긴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상품 재고보다 제품 재고가 더 많이 쌓인다는 큰 문제라고 본다"며 "매출로 바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앞으로 경기 침체의 적신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지주사와 금융사를 제외하고 3분기 보고서를 제출한 195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재고자산 규모는 연결재무제표의 상품, 제품과 반제품을 기준으로 집계했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