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국내 로펌과 외국 로펌이 합작해 만든 법무법인이 국내에 처음 등장했다. 국내 법률시장 개방 이후 첫 사례가 앞으로 국내 법률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법조계엔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고 있다.
1일 법무부에 따르면 이날 기준 11년간 설립 인가를 받은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는 총 35곳이다. 이 가운데 현재 실제 운영 중인 곳은 29곳이다.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는 외국법자문사법에 따라 외국법사문사로 지정된 외국인 변호사가 국내에 마련한 외국로펌의 국내 사무소다.
국내 법률시장은 2011년 7월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서 3단계에 걸쳐 단계적으로 개방됐다. 최근엔 국내 로펌인 법무법인 화현과 영국 로펌 애셔스트(Ashurst)간 합작법무법인이 설립을 인가받았다. 2016년 7월 합작법무법인 설립을 허용한 개정 외국법자문사법이 시행된 이래 첫 허가다.
외국과의 합작 로펌이 늘어나면서 글로벌 로펌의 거대자본금에 의해 국내 법률시장이 잠식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법조계 대다수의 의견이다.
허중혁 대한변호사협회 국제·공보이사는 "우리나라 법률시장 자체가 기본적으로 크지 않고, 이미 포화 상태라는 점 등 애초 많은 수의 외국 로펌이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형 법무법인 소속 미국 변호사도 "국내 대형 로펌들이 아직 합작법무법인에 대한 메리트를 크게 못 느끼고 있다"며 "또 지분과 업무 범위를 제한해뒀기 때문에 과연 우리나라 법률시장에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줄 수 있을지는 사실 의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국내 법률시장에 생길 긍정적인 변화에 대한 기대도 나오고 있다. 대형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는 "그동안 외국 로펌은 국내에 들어와 M&A나 제한적인 업무만 해왔는데 합작법무법인을 계기로 각자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만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또 부티크펌들 중 국제 업무를 할 수 있는 역량은 있지만 로펌 자체의 크기로 인한 한계가 있던 로펌들에게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 합작법무법인 설립 인가를 받기 위해선 여러 요건을 갖춰야 하고, 업무 범위 또한 제한된다. 합작법무법인은 국내 변호사를 고용하고 일부 국내법 사무 취급을 할 수 있다. 다만 송무, 정부기관 업무, 공증, 등기·등록 관련 업무, 가족법 관련 업무, 노무·지식재산권 업무 등 미개방 전문직 서비스 분야는 처리할 수 없다.
또 △3년 이상 운영 △5년 이상 경력 변호사 5인 이상 보유 △외국합작참여자의 지분율 제한(최대 49%) 준수 등을 만족해야 한다. 외국 로펌이 급조된 국내 로펌을 이용해 실질적인 자회사를 만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법무부 국제법무과 관계자는 "합작법무법인 소속 변호사의 수나 지분율 모두 한국 측을 넘을 수 없게 하는 등 여러 안전장치가 마련돼있다"며 "일반적으로 국내 법률사무소나 로펌들이 맡고 있는 송무 업무 또한 합작법무법인은 할 수 없기 때문에 우려하는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국내 로펌도 국내 법률시장을 방어하는 측면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더욱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창우 전 대한변협 회장은 "국내 시장을 방어하는 정도로만 그칠 게 아니라 국내 로펌들 또한 우리나라 기업이 많이 진출해있는 지역에 한국 로펌 또는 합작법무법인을 마련하는 등 해외에 진출해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2년 7월16일 경기 과천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외국로펌 3곳에 대한 외국법 자문법률사무소 설립인가증 교부식이 열렸다. 당시 정병두 법무부 법무실장이 참석자들에게 교부증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법무부 제공/뉴시스)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