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다음 두 편의 시를 읽으며 글을 시작할까 한다.
할머니, 여기서 이러시면 안 돼요./ 안 돼요. 할머니,// 지하철 안에서/ 환갑을 훨씬 넘긴 아주머니 한 분이 다급하게 소리치고 있었다./ 그 목소리와 함께// 구석구석 퍼져가는 똥 냄새// 팔순 정도의 치매에 걸린 듯한 할머니가/ 바닥에 대변을 보자/ 사람들은 모두 멀리 달아나고 있었지만/ 그녀는 서둘러 휴지를 풀어헤치고 손수건을 펼치며/ 그 대변을 치우고 할머니를 바로 앉히려고 애쓰고 있었다.// 사람들이 사라진 공간에서 변을 본 자와/ 변을 치우는 자가 나누는/ 노년의 슬픔이여/ 노년의 향기여/ 똥 냄새를 채 비우지도 못하고 달려가는 지하철의 속도처럼/ 오로지 앞만 보고 빠르게만 달려왔을/ 우리들의 삶이 참 쓸쓸하다.
-「할머니, 여기서 이러시면 안 돼요」 전문
애당초부터 이리저리 뒤틀리고 찢어진 삶은 아니었다./ 그러니 제발/ 폐지를 잔뜩 실은 채 수레를 끌고 가는/ 저 할머니에게/ 허리 굽은 저 할머니에게/ 봄비야,/ 내리지 말거라.// 폐지 가격이 킬로그램에/ 120원에서 30원으로 내리던 날.
-「사월은 잔인한 달」 전문
시의 공간에 펼쳐진 할머니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져 있다. 이 두 작품의 공통점은 실제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글을 꾸몄다는 것. 「할머니, 여기서 이러시면 안 돼요」는 몇 년 전, 필자가 친구들과 등산을 갔다가 내려와 지하철을 탔을 때의 경험을 옮겨 놓은 것이고, 「사월은 잔인한 달」 역시 폐지가격이 내렸다는 뉴스가 흘러나오던 그 무렵의 어느 날, 텔레비전 화면에 잡힌 한 할머니의 모습을 그려낸 것이다. 봄비가 그녀를 적시고 있었지만, 묵묵히 폐지를 실은 수레를 끌고 가고 있었다. 두 작품은 필자의 시집 『종달새 대화 듣기』(시인동네, 2022)와 『사선은 둥근 생각을 품고 있다』(천년의 시작, 2021)에 각각 실려 있다.
시는 쉽게 서술되어 있어 독해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으리라. 앞의 시에 등장한 할머니는 치매와 싸우고 있고, 뒤의 시를 이끌고 있는 할머니는 가난과 싸우고 있다. 질병과 가난으로 대변되는 노년의 슬픔이 두 작품을 휘감고 있다. 이들이 "오로지 앞만 보고 빠르게만 달려왔"고, "애당초부터 이리저리 뒤틀리고 찢어진 삶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단정적 서술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독자는 그다지 없을 듯. 지난했던 우리네 어머니들의 삶은 사실 그러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삶이 노년에 병들어 있다. 그리고 쓸쓸하고 빈곤하다.
아니나 다를까. 한국에 거주하는 노인들의 삶은 '노인 빈곤·자살률 OECD 가입 37개국 중 1위'라는 불명예와 맞닿아 있다. 이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노인 인구 급증과 함께 '초고령사회'에 걸리는 시간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일본이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지 않았을까 하는 선입견은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고령사회'는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4% 이상을 가리키는 용어고, 초고령사회는 그 비율이 20% 이상일 때 적용된다. 물론, UN에서 정한 기준.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가는데 일본은 10년이 걸렸다. 하지만, 한국은 7년밖에 걸리지 않아, 2025년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이라는 통계(통계청·보건복지부)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무척이나 당황스럽다. 지금 대한민국은 10명 중 2명 가까이가 노인인 셈. 더 우울한 것은 2045년에는 노인 비중(37%)이 세계 최고가 된다는 전망이다.
이런 전망과 함께 야기되는 문제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한국의 노인 문제가 다양한 사회문제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준비 안 된 노인공화국'과 같은 자조 섞인 서술이 미디어 매체에 등장한 것도 노인 문제에 대해 정부와 사회가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실행하라는 다급한 호소로 읽힌다. 은퇴 후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근본적인 처방이 절박하고 절실하다.
아, 사랑하는 한국이여,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초고령사회로 가는 그 발걸음, 더디게, 더디게 하옵소서.
오석륜 시인·번역가/ 인덕대학교 비즈니스일본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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