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서울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가 내년도 서울시교육청 예산 5688억 원을 대거 삭감하면서 이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학교 현장의 일선 교사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서울시의회 예결위는 지난 7일 회의에서 내년도 서울시교육청 예산을 원안 대비 5688억원 깎은 12조3227억원만 의결했다. 각 학교의 기본적인 살림살이를 운영하는 비용인 '학교기본운영비' 1829억 원 등이 삭감됐고, 전자칠판 설치 확대 예산 1509억 원과 디지털 기반 학생 맞춤형 교수 학습 지원 사업(디벗) 예산 923억 원·서울형 혁신교육지구 예산 165억 원 등은 전액 깎였다.
서울 교육 예산 삭감에 일선 교사들 역시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학교기본운영비'가 삭감된 데 대해 걱정하는 의견이 많았다.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기본운영비' 예산이 깎일 경우 학교 냉·난방 등 시설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초등학교·중학교 학생들의 학습준비물 구입·지원비와 예술 교육 지원비·생활 습관 질환 진단비 지원 등 교육 복지 비용이 줄어들 수밖에 때문이다.
김홍태 수락중 교사는 12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금과 같은 고물가 시대에 '학교기본운영비'가 물가 상승률만큼 증액되지 않는다면 기본적인 모든 교육 활동이 위축된다"며 "게다가 각 학교가 '학교기본운영비' 부족으로 특정 목적에만 사용할 수 있는 '목적사업비'를 따내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행정력이 낭비되는 것은 물론이고 그만큼 교육 활동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밝혔다.
전자칠판 설치 확대 예산과 디벗 예산 전액 삭감도 학교 현장에 미치는 타격이 크다. 두 사업은 모두 지난해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처음 시작했다. 사업 시행 2년 만에 차질을 빚는다면 이를 경험한 선생님·학생과 경험하지 못한 선생님·학생 간 편차로 인해 학교 현장에 혼란이 올 수 있다.
서울의 다른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A교사는 "전자칠판·디벗 모두 경험한 선생님·학생은 이를 잘 사용하지만 그렇지 않은 선생님·학생은 전혀 활용할 줄 모른다"면서 "선생님의 경우 매년 맡는 학년이 달라지니 전자칠판과 디벗을 사용했다가 못 쓰게 되거나 안 쓰다가 사용할 경우 큰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교육단체의 반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날 서울실천교육교사모임은 성명을 내고 "우리는 서울시의회 예결위의 일방적인 서울시교육청 예산 삭감 결정을 규탄한다"며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해당 예산안이 확정되면 서울 교육 현장에서 활발하게 추진되던 각종 사업들이 좌초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무엇을 위한 예산 삭감인가? 학생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어렵게 되고 공교육에서 질 높게 운영되던 각종 교육 활동이 위축돼 결국 이 모든 혼란의 피해는 학생에게로 돌아갈 것"이라면서 "공교육이 존재하는 이유는 각자 가지고 있는 사회·경제적 배경을 떠나 학교에서만큼은 모든 학생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인 만큼 질 높은 교육 활동을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내년도 서울시교육청 예산 5688억 원을 대거 삭감하자 학교 현장의 일선 교사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서울 마포구 성서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