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서해 피격 사건'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은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조사과정에서 국정원 문서 삭제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됐다고 밝혔다.
박 전 원장은 14일 오후 10시32분쯤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전부터 국정원에는 '삭제'라는 게 원천적으로 존재하지 못한다고 얘기했는데, 오늘 수사를 하면서 보니까 삭제가 되더라"라며 "중대한 사실을 이번에 알았다"고 말했다.
다만 국정원 직원들에게 삭제 지시를 내린 사실이 없다는 그동안의 주장은 유지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삭제 지시를 하지 않았고, (당시에는) 삭제라는 것을 알지도 못했다"며 "문재인 전 대통령이나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삭제 지시를 받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사건 당시 실제로 삭제된 문서가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답변을 하지 않겠다"며 대답을 피했다.
박 전 원장은 2020년 9월22일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 씨가 북한군에 피살된 이후 이 사실을 은폐할 목적으로 관련 첩보 보고서 등을 무단 삭제한 혐의(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 등)로 지난 7월 국정원으로부터 고발당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국정원은 이씨 피격 다음 날인 2020년 9월23일 새벽1시 관계장관회의가 열린 뒤 첩보 보고서 등 46건의 자료를 무단 삭제했다. 검찰은 박 전 원장이 회의 참석 뒤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보안 유지 지시를 받고 보고서 삭제를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원장은 이날 오전 10시쯤 검찰에 출석하면서도 "국정원장으로서 직원들에게 무엇도 삭제하라는 지시를 하지 않았다"며 "국정원은 첩보 정보를 수집해 분석한 뒤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안보실이나 통일부, 국방부 등에 지원하는 것이 국정원 본연의 임무"라고 주장했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