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 동력 잃은 금감원
DLF발 금감원 징계 정당성 논란
입력 : 2022-12-16 오전 9: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관련 금융회사 CEO 중징계를 내린 금융감독원이 역풍을 맞았다. 재판부가 행정소송을 제기한 금융사 CEO의 손을 들어주면서 문책경고 등 징계가 정당성 논란에 휩싸일 처지에 놓였다. 금감원이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 차원에서 밀어붙이고 있는 내부통제에 대한 CEO 책임론도 동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대법원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DLF 중징계(문책경고)를 취소해달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를 판결했다.
 
이번 소송은 내부통제를 소홀히 했느냐에 대한 문제보다 내부통제와 관련한 은행 내부규정에 흠결이 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재판부는 금융감독원이 잘못된 법리를 적용해 ‘내부통제 기준 마련의 의무’의 해석, 적용을 잘못했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은 이날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대법원 판결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상 '내부통제기준 설정 및 운영기준'의 규범력이 인정됐다"며 상고의 실익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금감원은 "금융위 등 관계기관과 함께 내부통제의 실효성 제고방안 마련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의 자평에도 불구하고 사모펀드 사태 등의 책임을 빌미로 금융사 CEO의 거취를 압박해 온 논리는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금융사 CEO 인사와 관련된 발언으로 관치 금융이라는 논란을 자초한 바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뉴시스)
 
손태승 회장에 대한 거취와 관련해 "당사자가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하거나 은행권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에게 "CEO 선임이 합리적인 경영승계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는 발언을 이어갔다.
 
이를 두고 연말연초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었다는 해석도 나온 바 있다. 3연임이 유력했던 조용병 신한금융지주(신한지주(055550)) 회장이 용퇴를 결정한 것을 두고 정부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조 회장은 본인의 연임 포기에 대해 "(라임 등 사모펀드 사태 관련) 누군가는 총괄적으로 책임을 지고 정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 차기 신한지주 회장으로 내정된 진옥동 신한은행장 역시 내부통제 부실을 근거로 주의적 경고를 받은 바 있다. 결론적으로 내부통제에 대한 책임을 물어 징계한 것인데,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징계 정당성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과 마찬가지로 중징계를 받은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DLF 징계 취소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함 회장이 1심 판결에서 패소했지만 이번 우리금융 대법원 판결로 법리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밖에 사모펀드 사태로 징계를 받은 박정림 KB증권 대표,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김형진·김병철 신한금융투자 전 대표 등의 징계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감원의 실력 행사가 법위에 군림하는 무소불위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모펀드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100% 전액 배상이라는 분쟁조정을 이끌어냈지만, 경영진 책임과 연결 짓는 것은 법치를 뛰어넘는 월권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관련 규정을 보다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정비해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금융기관이 이에 따라 충실한 내부통제규범을 마련하게 하는 것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며 "금융당국이 검사 결과를 사후적으로 책임을 묻기 위해 내부통제규범을 자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법치행정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종용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