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구현모 현 KT 대표가 27명 사내외 후보자 중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로 최종 확정됐다. 내년 3월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 문턱이 남았지만, 우선심사 통과 후 주주총회 투표 직행이란 관행을 깨고 경쟁을 통해 최종 선정된 만큼 사실상 연임이 확정된 격이다. 시장에서는 구현모호 2기가 선보일 디지코 경영의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KT 이사회는 28일 구현모 현 KT 대표를 차기 주주총회에 추천할 최종 후보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KT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가 연임적격이라는 결과를 발표한 이후 구 대표가 요구한 복수 후보심사 방식으로 전환한 후 내린 결과다. KT지배구조위원회는 최근 대표이사 후보로 거론된 인사를 비롯해 14명의 사외 인사와 내부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에서 검증된 13명의 사내 후보자에 대한 대표이사 적격 여부를 면밀히 검토한 바 있다.
구현모 대표는 사상 최고 매출, 디지코 전환, 글로벌 기업과 제휴를 통한 KT그룹 변화 혁신 등에서 나타난 성과에 대해 이사회의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현모 KT 대표. (사진=KT)
KT맨에서 CEO로 최고 성과 끌어내
구현모 대표는 1987년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한 이후 KT에서만 근무한 'KT맨'이다. 경영전략담당, 비서실장, 경영지원총괄 사장, 유무선 통신·콘텐츠미디어 사업을 총괄하는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 사장을 거쳐 지난 2020년 3월에는 최고경영자(CEO)로 발탁됐다. 평사원으로 입사해 2008년 11월 물러난 남중수 전 KT 사장 이후 KT 출신이 CEO 직에 오르는 신화를 썼다.
KT CEO로서 32개월동안 역임하면서 10년만의 최고실적, 9년2개월만에 시가총액 10조 돌파 등 수치로 입증되는 경영성과를 달성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연결 기준 1조5387억원을 기록했다. 누적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12년 이후 10년 만이다. 취임 당일인 2020년 3월30일 당시 1만9700원이었던 주가는 지난 8월10일 장중 3만9300원까지 오르며 시총 10조원을 돌파했다.
10년만에 최고 실적·시총 10조원 돌파와 같은 수식어는 취임한 해인 2020년 10월 디지코로 전환을 선언하며 KT의 변화를 이끌어 낸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AI·빅데이터·클라우드 기술을 기반으로 기업의 디지털 전환(DX)을 돕는 B2B 서비스로 분야를 넓혀왔다. 지난해 1월 KT그룹 내 미디어·콘텐츠 역량을 KT스튜디오지니로 결집해 콘텐츠 사업을 그룹의 핵심 포트폴리오로 만들며 올해 최고의 히트작으로 손꼽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만들어냈다.
디지코 2막 본격 여나…생태계 넓히고 글로벌 진출에 주목
디지코 발판을 만든 구현모 대표는 연임 선언을 하며 디지코가 KT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지만 "아직 구조적이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했다고 판단이 안돼 연임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구현모호 2기가 디지코 경영을 고도화하면서 디지코 생태계를 본격 확장하겠다는 점을 시사한다.
초거대 AI는 구현모호 2기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초거대 AI는 대규모 서버 시설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용량 연산이 가능한 체계를 말한다. KT는 AI 관련 역량을 집대성해 최근 초거대 AI 믿음(MIDEUM)을 개발했다. AI감성케어뿐 아니라 물류, 의료 등 AI를 접목한 혁신 비즈니스 모델을 본격 내놓을 계획이다. 초거대 AI를 상용화해 기존 산업이 가진 문제를 돌파하겠다는 것이 구 대표의 복안이다.
현지 파트너사와 협력해 디지코 사업의 글로벌 진출도 본격화할 방침이다. 앞서 구현모 대표는 우즈베키스탄 데이터센터(IDC) 사업 진출과 태국 3BB TV에 인터넷(IP)TV 플랫폼 수출을 성공한 바 있다. 디지코 글로벌 진출을 위해 구 대표는 지난 10월 필리핀을 방문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을 만나 국가 사회 전반의 디지털 혁신 방안을 논의했다. 또 KT 경영진은 지난 7월 키르기스스탄을 방문해 통신, 정부 디지털 인프라 구축 등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미디어콘텐츠 사업도 구현모 대표가 아끼는 사업 중 하나다. 드라마 우영우로 성과를 낸 만큼 미디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KT스튜디오지니를 필두로 미디어 밸류체인 파워 키우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구 대표는 KT그룹 미디어콘텐츠 매출액을 2025년 5조원까지 확대해 국내 1위 종합 미디어 그룹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국민연금 변수로 남았지만…복수후보 경선까지 거친 결과
KT의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내정된 구현모 대표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 의결 과정을 거쳐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지분 10.35%를 보유하고 있는 KT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10.35%)이 반기를 들 변수는 남아있다. 다만 복수후보 경선까지 거친 만큼 공정성 이슈는 어느 정도 넘어섰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KT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경선을 통해 공정하게 단독후보로 확정됐다고 볼 수 있다"며 "단독후보로 선정된 만큼 사실상 연임에 성공한 것"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