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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실리콘밸리에 '스타트업 쉐어하우스'를 만들자
입력 : 2023-01-05 오전 6:00:00
 
몇 년 전 스웨덴의 정부기구인 혁신청 비노바(Vinnova)를 방문했다. 바쁜 일정 중에 우리를 맞아주었던 공무원은 저녁시간이 훌쩍 넘은 시간이 되어서야 사무실에서 만날 수 있었다. 동양의 먼 나라에서 온 교수들에게 비노바에 대한 소개와 자신이 맡고 있는 업무를 열정적으로 설명해주던 그녀는 스타트업 창업자 같은 인상이었다. 실제로 그녀는 몇 년 간 스탠포드 대학에 파견을 가서 첨단 과학기술 동향을 조사하고 실리콘밸리 지역의 인적 교류를 담당하였다고 했다. 디지털 경제 전환을 통해 경제 도약을 해야 할 우리나라는 여기서 어떤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까.
 
스웨덴의 산업구조를 들여다보면 우리나라와 매우 닮아있음에 놀라게 된다. 과거 스웨덴의 주력사업은 자동차(볼보, 사브), 조선(코쿰스), 전자(일레트로눅스) 등이었으나, 지금은 정보통신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스포티파이, 마인크래프트, 캔디 크러시 사가 등이 스웨덴 출신이다. 특히, 수백여 개의 무선 및 브로드밴드 회사를 배출하며 스웨덴은 네트워크 분야에서 세계 최강국이 되었다.
 
이웃나라 덴마크도 정보기술 분야의 선진국이다. 덴마크는 공공 부문에 정보기술을 적용, 전자정부 비전을 가지고 정부 선도적인 IT 정책을 추진했다. 미미한 덴마크 내수시장을 벗어나서 디자인과 기술 개발 등 핵심역량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덴마크는 기술을 정부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고려하며, ‘테크 대사(Techplomacy)’ 제도를 운영 중이다. 덴마크 정부는 스탠포드 대학 근처에 대사관을 구하고 테크 대사를 파견하여, 실리콘 밸리의 기술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과 국가 차원의 협상을 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 변화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정부의 여러 부처에서 산호세에 지원센터를 운영하거나, 샌프란시스코 영사관에서 뉴스레터를 만드는 등 많은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첨단 온라인 플랫폼 중심의 기술 변화를 반영하기에는 과거의 하드웨어 중심, 관료 중심 운영이 되고 있다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혁신선도기술의 동향 파악과 지식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접근 방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실리콘밸리 기술 네트워크를 조성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현지의 한인 창업가, 하이테크 회사에서 근무하는 전문가들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현지 전문가들을 명예 위원으로 위촉하고 행사를 기획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팔로알토 지역의 주택을 빌려 국내 우수 스타트업 인재들이 방문하여 현지의 엑설레이터나 벤처 투자자들과 어울리는 밋업(meet up) 파티를 여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이런 캐주얼한 행사는 정부에서 직접 나서는 것보다는 디캠프,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같은 민간단체와 협력을 통해 진행한다면 정책지원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다.
 
둘째, 실리콘밸리 현지 한인 테크 인재들이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도 추진해야 한다. SVK와 같은 한인 커뮤니티, 실리콘밸리의 한인들 등에 실리콘밸리 주요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한인들이 있다. 이들이 하이테크 회사에서 근무한 경력을 가지고 실험적인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투자와 창업지원 컨설팅을 지원해야 한다. 이는 IT의 주요산업이 온라인 서비스화 되면서 과학정보기술의 양상이 온라인 서비스 운영의 노하우로 변화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이 정책을 통해 최첨단 IT 기술력도 확보하고 글로벌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기회를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셋째, 기술력을 확보한 국내 딥테크 스타트업 기업들이 실리콘밸리 투자 네트워크에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빠르게 해외시장을 진출하고 성장을 이루는 데에 글로벌 투자자의 역할이 절실하다. 위에서 언급된 한인 창업가들이 국내 우수 테크 스타트업들과 매칭되면 국내에 기술지식 이전도 기대된다.
 
이전의 스타트업 정책은 자원이 부족한 스타트업에게 시혜를 베푼다는 관점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창업 후 얼마되지 않아 유니콘이 되는 스타트업은 우리나라 디지털 경제의 핵심 자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최첨단 정보기술 확보가 국가 정책의 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쉐어하우스 설치를 과학기술정책으로 추진하기를 기원해본다.
 
전성민 벤처창업학회 회장·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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