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과점 구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자동차도 사업자가 철수하면서 선택의 폭이 좁죠. 핸드폰도 마찬가지고요." 통신업계 관계자와 고착화된 통신시장에 대해 이야기하다 나온 말이다. 통신서비스만 3사의 과점 구조로 비치는 것이 아니라는 일종의 항변이다.
자동차는 자주 바꾸는 품목이 아니다 보니 과점 구조로 인한 피해의 체감도가 낮을 수 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2~3년마다 바꾸게 되는 스마트폰을 떠올려보라.
삼성전자(005930)와 애플이 주가 된 시장은 소비자에게 그다지 유리하지 않다. 우선 선택의 폭이 좁아졌다. 각 사 고유의 기술을 뽐내며 겨루던 시절도 있었는데 기술 상향 평준화 속에 다양성은 묻혀버렸다. 물가가 오르고 원자재가 오르면서 가격도 천편일률적으로 높아졌다. 경쟁구조가 형성됐다면 가격인상 폭이 조금 둔화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과점 시장 속에서 눈에 띄는 피해는 없을지 모르지만, 눈에 띄는 혜택도 사라졌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도 마찬가지다.
SK텔레콤(017670)과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가 경쟁을 하며 세계 최초 5G 상용화라는 성과를 내는 등 서비스를 윤택하게 만들어놓은 측면도 무시할 수 없지만, 이들의 과점구조가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은 엇비슷하게 비싼 요금제에 가입하며 통신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알뜰폰이 성장하지 못했다면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익숙해져 가격에 대해선 무감각해진 채 이용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 보니 알뜰폰의 성장이 고맙게 생각될 정도다. 아직은 전체 이동통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6.3% 정도지만,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국내 통신서비스 시장을 쥐고 있는 통신3사 입장에선 달가울 리 없다. 빠져나가는 가입자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 덕분인지, 2년 연속 하락한 LTE 다운로드 속도의 하락세가 멈췄다. 큰 폭의 차이는 없지만 통신3사의 지난해 평균 LTE 다운로드 속도는 151.02Mbps로, 전년 대비 1.62Mbps 향상됐다. SK텔레콤은 온라인 요금제를 개편하면서 유무선 결합할인도 제공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가계통신비 잡기가 단골 메뉴처럼 거론되곤 한다. 하지만 사실 그간 눈에 띄는 뾰족한 성과는 없었다. 이 난제를 '경쟁의 판'이 해결할 수 있다. 아직은 미약한 변화지만, 알뜰폰의 위상이 높아질수록 통신3사는 다양한 혜택을 내놓을 여지가 크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알뜰폰 업체들이 기존 사업자들과 동등한 위치를 갖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 정부가 때로는 판 조성자로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 통신 서비스는 엄연한 필수소비재이기도 한 만큼 명분은 충분하다. 알뜰폰 업계도 나름의 쇄신에 더욱 힘쓸 필요가 있다. 정부 지원책에만 의존하기보다는 결국 차별화된 가치를 만들어 내야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지은 중기IT부 기자(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