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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명분 없는 손태승 퇴진 압박…낙하산 스멀스멀
금융위·금감원, '일주일에 한번꼴' 거취 압박 발언
입력 : 2023-01-10 오전 9: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사 지배구조를 뒤흔들고 있는 금융당국의 화살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겨냥하는 가운데 저항도 만만치 않다. 역대급 실적을 내는 등 사내 신임이 두터운 손 회장을 솎아내기에는 당국의 퇴진 요구 명분이 부족한데다 낙하산 인사마저 우려되고 있어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부터 손태승 회장을 직간접적으로 언급하며 사실상 연임을 저지하고 나섰다. 지난 두달여간 손 회장의 거취와 관련한 그들의 발언은 6차례에 이른다. 금융지주 경영진의 임기 만료가 연말 연초에 몰린 점을 감안하더라도 특정 금융사의 수장에 대한 발언이 집중된 것은 이례적이다. 
 
올 들어서도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5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손태승 회장의 중징계 불복 소송 가능성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제도를 바꿀지, 시스템적으로 어떻게 개선할지 등은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고 소송 논의만 하는 것을 굉장히 불편하게 느낀다"고 말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0일에도 손 회장의 중징계와 관련해 "최고경영자(CEO)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금융위가 수차례 논의해서 결론을 내린 사안"이라며 "정부의 뜻"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의 발언은 더욱 거침없다. 지난해 11월10일 손 회장을 향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며 사실상 소송을 제지하는 뜻을 내비쳤다. 전날 금융위원회가 정례회의를 통해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를 내리기로 한 금감원의 원안을 의결한 데 따른 것이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 같은 금융당국의 행보를 두고 사실상의 신 관치금융이라 입을 모으고 있다. 이미 각 금융사별로 독립적인 이사회 조직이 수립돼 운영되고 있는 만큼 당국이 이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할 명분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021년 12월 우리금융의 최대주주였던 예금보험공사가 우리금융 지분 9.33%를 민간에 매각하면서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했고, 우리금융은 사실상 민영화를 달성한 상태다. 우리금융이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공적자금 약 12조8,000억원을 수혈한지 23년만에 이룬 성과다. 공적자금 상환율도 96%에 달한다.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되는데, 임추위에서 회장 후보를 선출하고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추인받는 과정을 거친다. 사외이사는 키움증권, 푸본생명, 한국투자증권, 유진PE, IMM PE 등 지분 4% 이상 과점주주들의 추천을 받은 인물들이다.
 
과점주주 체제가 안정적인 지배구조로 평가받기도 했지만, 확실한 대주주가 없으면서 정부가 입김이 그대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금융 차기 회장에 윤석열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활동한 인사가 이미 정해졌다는 소문이 돌면서 손 회장 사퇴 압박이 더욱 심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그동안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등이 관료 출신 인사로 거론돼 왔으나 조 전 행장이 유력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조 전 행장은 1954년생으로 기업은행에 입행해 도쿄지점장, 종합기획부장, 개인고객본부장, 수석부행장 등을 거쳐 2010년 기업은행장에 올랐다. 이후 YTN 대표이사를 거쳐 2018년부터 송산특수엘리베이터 회장을 맡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직능본부 금융산업지원본부장을 지냈다.
 
손 회장의 경우 이미 사모펀드와 관련한 법률 리스크를 한 차례 해소한 데다 실적 등 경영 성과와 관련해서도 연임이 불가능할 것으로 평가되는 요소가 전무한 수준이었다.
 
우리금융의 경우 지난 3분기까지 최대실적을 달성, 전년 누적 순이익을 이미 넘어섰다. 우리금융지주는 증권과 보험 등을 갖추지 못해 비은행 부문 실적이 부족하지만, 실적 증가율은 5대 금융지주 중 최고 수준이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관련 중징계를 취소해달라며 금융당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최종 승소하기도 했다. 손 회장은 2019년 미국·영국·독일 채권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파생결합증권(DLS)과 이에 투자한 DLF 원금손실이 발생하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자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바 있다.
 
대법원은 "현행 법령상 금융회사의 내부통제기준 '준수' 의무 위반에 대해 제재를 가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DLF 재판 승소로 법원이 라임펀드 중징계와 관련한 효력정지 가처분을 바로 인용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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