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대형은행, 온라인 예금 비교·추천 왜 꺼리나 했더니…
중개수수료 부담·고객 자금이탈 우려
입력 : 2023-01-1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올해 하반기부터 온라인 플랫폼에서 금융기관의 예금상품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서비스가 나올 예정입니다. 카드나 보험, 대출과 달리 예금은 법적 근거가 부족해 비교 추천하는 게 어려웠는데, 금융당국이 혁신 서비스로 지정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다만, 대형은행들의 반응이 석연치 않습니다. 중개수수료 부담이나 고객 자금 이탈과 같이 따져봐야할 것들이 많아보입니다.
 
금융위원회가 예금상품 비교 추천 서비스를 허용한 기업은 총 9곳입니다. 시중은행(신한은행) 뿐만 아니라 뱅크샐러드, NHN페이코, 줌인터넷, 깃플, 핀크,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네이버파이낸셜, 씨비파이낸셜 등 핀테크 기업들도 있습니다. 금융위가 혁신사업자로 선정하면 예금상품 중개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규제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금 비교 추천 서비스가 출시되면 금융소비자들이 개별 은행 홈페이지에서 일일이 정보를 비교하지 않고도 하나의 금융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여러 금융사의 예금상품을 비교하고 본인에 맞는 상품을 고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예금이라는 상품을 만드는 제조사인 대형은행들입니다. 예금중개 서비스 업체와 손을 잡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비용 문제입니다. 중개수수료 부담이 대표적인 이유로 꼽히고 있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개 서비스로 수수료 등 비용이 발생하면 결과적으로 고객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무리하게 시장에 진출할 유인책이 현실적으로 부족하다"고 했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경쟁력만 있다면 고객들이 (상품을) 잘 알아보고 가입하기에 은행 입장에서 수수료까지 내면서 중개 플랫폼과 손을 잡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습디다.
 
더구나 최근 금융당국이 수신금리 인상 경쟁을 자제하라고 주문한 상황에서, 서비스가 개시되면 수신금리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는 점도 은행들 입장에서는 부담인데요.
 
예금 상품을 중개하면 금리가 높은 특정 은행으로 자금이 몰리는 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고, 자금이탈을 막기 위해 금융사들끼리 수신금리 경쟁에 나서게 됩니다. 예금금리가 올라가면 예대마진을 확보하기 위해 대출금리도 올려야 합니다.
 
결국 시중은행 입장에서는 중개 수수료 부담, 고객 이탈, 금융당국의 압박 등 손해를 굳이 감수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죠.
 
물론 은행들 역시 장기적으로는 예금상품 중개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1차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로 지정된 예금 비교추천 플랫폼이 9개나 되기 때문에 시장 경쟁 원리에 따라서 적정한 수수료가 책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당국이 금융소비자보호를 명분으로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만큼 참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지방은행이나 저축은행과 같이 인지도가 낮은 금융사들은 예금 비교추천 플랫폼을 고객 접점으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종용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