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16일부터 이동통신 유통시장 건전화 일환으로 휴대폰 판매점 사전승낙제 운영기준이 강화됩니다. 시간대별로 달랐던 이통사의 판매수수료의 경우, 지난 2일부터 하루 단위로 동결됐습니다. 10일부터는 휴대폰 개통도 저녁 8시 셧다운 됩니다.
일명 '성지점'으로 불리는 불법 판매점들의 불완전 판매 요소를 막으려는 변화가 새해 이통 유통시장에 속속 도입되고 있는 것인데요. 그간
SK텔레콤(017670)·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 등 이통사와 대리점·판매점 등 유통종사자들,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지속해서 이용자 차별 해소와 시장 건전화를 위해 뜻을 모아왔는데, 결국 다양한 칼을 꺼내들고 불법 행위를 제재하는 데 본격적으로 나서는 모습입니다.
대리점·이통사·방통위 쥐고 흔드는 성지점
사전승낙제는 대리점의 판매점 선임을 이통사가 승인하는 제도입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제8조에 명시돼 있습니다. 대개 이통 유통망은 대리점과 판매점을 통해 구축됩니다. 대리점은 각 이통사와 계약관계를 맺고, 해당 회사의 서비스 가입·변경·해지 등을 업무를 본사를 대신해 제공합니다. 판매점은 대부분 소속을 두지 않고 이통3사의 업무를 모두 취급합니다. 이들은 본사가 아닌 대리점과 위탁계약을 맺고 사업을 영위합니다. 쉽게 떠올리자면, 이통사 1곳의 간판을 내걸고 있으면 대리점, 여러 이통사 브랜드를 동시에 내걸고 영업하는 곳은 판매점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단통법 이전 이통사와 대리점은 동맹관계였습니다. 대리점이 많을수록, 관리가 잘 될수록 가입자를 모으기 수월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고가 요금제와 연계한 보조금 차등 지급을 금지하는 단통법과 선택약정요금제 등으로 이통사 수익이 줄자 대리점 몫도 줄어들었습니다. 이 틈을 타 높은 판매장려금으로 가입자를 빼앗아 오는 음지 영업이 강화됐습니다. 온라인을 통하면서 불법 판매 행위는 더욱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불법 판매점들은 수많은 판매점을 거느리며 전국화됐고, 하나의 세력이 됐습니다. 방통위 단속을 교묘하게 피하고, 때로는 이통사보다 우위의 입장에서 영업을 확대하기도 했습니다. 신분증을 맡아두고 하루 중 단가가 좋은 시간에 개통을 몰아서 한다든가 1000개의 가입 서류를 모아 이통사에 판매장려금 딜을 하는 등의 부적절한 영업행위가 횡행했니다. 한 관계자는 "이통사는 경쟁사에 가입자를 빼앗길까봐 불법 판매점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이처럼 불법 판매점들의 요구에 맞추는 과정에서 일반 대리점·판매점에 대한 지원은 축소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전승낙서 미게시하고 지원금 과다지급하면 즉시 사전승낙 철회
이통사들로부터 판매점의 불법영업 여부에 대해 점검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받아 수행하고 있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는 사전승낙제 운영기준 변경과 관련된 공지를 최근 유통망에 전달했습니다. 기존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중대한 위반행위·중대성이 약한 위반행위 외에 '중대성이 강한 위반행위'가 신설됐습니다. 중대성이 강한 위반행위에는 사전승낙서 미게시, 미선임 대리점과 거래, 지원금 과다지급 제한 등의 내용이 포함됩니다. 1회 적발시 10일 거래가 중지, 2회 적발시 사전승낙이 철회됩니다. 바뀐 규정에 따르면 기존에는 사전승낙서를 미게시하거나 지원금을 과다지급한 경우 중대한 위반행위로 간주했습니다. 1회 경고, 2회 거래중지 10일, 3회 적발 시 사전승낙 철회가 진행됐습니다. 앞으로는 사전승낙서를 게시하지 않은 판매점이 지원금을 과다지급한 경우 최소 2개 항목 적용으로 즉시 사전승낙 철회가 가능해집니다.
제재의 1차 타깃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조직들입니다.
NAVER(035420) 카페에 107만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폰, 64만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폰 등을 집중 들여다 보고, 이런 곳과 연루된 판매점을 집중 단속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번 제재 강화는 이와 같은 불법 판매 조직을 시장에서 퇴출 시키겠다는 의지라는 것이 유통망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난제'지만 시장 건전화 시동 기대
사전승낙제 기준 강화에 앞서 유통망에서는 오전 개통과 관련된 문제점 해결과 개통업무시간 조정 등의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판매점 의견을 종합하면 불법보조금 모니터링이 심한 오전 시간대는 이통사들이 판매수수료를 낮게 책정해 개통 업무를 볼 수 없는 수준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손님이 와도 마진이 남지 않아 수수료 조건이 좋은 오후 시간대로 개통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2일부터 하루동안 판매수수료가 일정하게 유지되면서 오전 개통도 어디서나 가능해졌습니다. 휴대폰 개통 마감시간도 저녁 8시면 셧다운됩니다. 번호이동의 경우 평일·토요일 기준 오전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신규·기변 전산망은 오전 8시부터 밤 10시로 운영됐던 것을 단축했습니다. 불법 판매점의 경우 저녁 8시30분부터 밤 11시30분까지 이통사 전산이 열리기만 하면 영업시간 외에도 집중 개통됐지만, 이제는 이같은 방식의 개통은 불가능해집니다. 시장 건전화를 위해 이통사, 유통망이 의견을 모은 결과입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