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TBS가 방송인 김어준 씨가 떠나고 서울시 지원마저 삭감된 채 시련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TBS에 대한 서울시의 지원을 중단하는 내용의 조례안이 서울시의회를 통과하며 TBS는 2024년부터 전체 예산 500억원의 약 70%를 차지하는 서울시 출연금을 받지 못하게 됐습니다.
올해 출연금도 지난해보다 88억원 삭감한 232억원으로 결정됐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취임 이후 2년 연속 출연금을 삭감하며 서울시 산하 출연기관에 해당하는 TBS와 시시때때로 부딪혀 왔습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대표적입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2016년 9월 첫 방송 이후 장기간 라디오 청취율 1위를 지켜왔습니다. 동시에 2018년 이후에만 방통위로부터 행정지도 72건을 비롯해 경고 2회, 주의 6회 등 법정제재를 8건 받으며 정치적 편향성과 가짜뉴스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서울시는 지원 삭감이라는 칼을 빼들었고, 김 씨는 지난달 30일 방송을 끝으로 TBS를 떠나 유튜브로 향했습니다. 같은 시기 TBS 라디오를 진행하던 주진우 씨와 신장식 변호사도 연이어 하차했습니다.
김어준 떠난 TBS, 재정 지원 중단 극복 과제
새해부터 TBS 라디오에선 지난 몇 년간 TBS를 대표했던 시사교양 프로그램 대신 교통·음악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들 프로그램의 진행자들은 모두 TBS 사내 아나운서들로 제작비를 줄이기 위한 TBS의 고육지책으로 보입니다.
고정비용인 인건비, 라디오·TV 송신료, 유지관리비로만 300억원 이상 들어가는 상황에서 일순간 서울시 출연금이 끊기면 현재로썬 TBS의 독립운영은 어려운 상황입니다. 상업광고는 막혀있고, 방송통신발전기금 지원은 지역방송발전지원법에 의해 배제됐습니다. TBS 재정자립도는 31%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TBS에 변화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오 시장은 “새로운 리더십이 들어서면 공영방송의 핵심인 공정성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며 “국민들로부터 사랑 받는 방송으로 거듭나려면 서울시 지원이 필요할 텐데, 그런 지원은 아끼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새 대표 선출 절차 착수, 대대적 변화 불가피
TBS는 새 수장을 뽑는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서울시와 마찰을 빚던 이강택 전 대표는 건강상 이유로 임기 만료를 석 달 앞두고 사임했습니다. 차기 대표 후보는 현재 6명으로 좁혀진 상태로 임추위 심사 등을 거쳐 2명 이상의 최종 후보를 20일쯤 오 시장에게 추천합니다.
서울시 안팎에선 차기 대표로 보수 성향이나 친 오세훈 성향의 인사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앞으로 1년 남은 재정 지원 중단을 앞두고 서울시 예산 확보와 새 지원 조례 통과가 무엇보다 급선무이기 때문입니다.
차기 대표의 가장 큰 무기는 인사권입니다. 편성방향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오 시장이 취임 이후부터 강조했던 교육방송을 포함해 전면적인 변화 가능성도 낮지 않습니다.
유선영 TBS 이사장은 지난해 11월 한 라디오에서 “(차기 대표는) 총독이 내려오는 걸로 생각하고 있다”고 얘기한 바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10월1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TBS와 관련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