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지난해부터 지속되고 있는 식재료비 인상이 새해에도 지속되면서 자영업자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습니다. '새해에는 가격을 올려야지'하고 가격 인상을 결심했다가도 혹여 손님이 줄어들까, 악성 리뷰를 받을까 걱정이 된다는 겁니다.
10일 한 배달앱 내 음식 메뉴에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가 가격 인상에 대한 문구를 작성해뒀다. (사진=배달의민족 캡처)
밀가루, 식용유, 주류, 우유 등 가격이 오르지 않은 식재료를 찾기 힘들 정도로 대다수 식재료들의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상태입니다. 새해에는 1000~2000원 정도 인상을 계획하며 구정 전후로 가격 인상을 단행하리라 결심한 이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가격 인상에 따른 부작용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예컨대 비슷한 업종에서 동일 메뉴를 판매하는 식당의 경우 한 곳이 가격을 올리면 아직 가격을 올리지 않은 곳으로 손님이 몰릴 수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경기가 얼어붙은 가운데 손님들의 주머니 사정도 좋지 않기 때문에 손님들의 체감 가격인상폭이 더 커져 지갑을 닫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식당뿐만이 아닙니다.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에 따르면 원두와 우유 가격 급등으로 몸살을 앓은 카페들은 점포별로 약 10~20% 가격을 인상 조정했습니다. 아예 생우유에서 가격이 저렴한 멸균우유로 재료를 바꿔버린 업체도 늘어났습니다. 그러자 국내 우유시장 위축을 우려한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는 협동조합 측에 연락을 취해 일정액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생우유 사용을 권하기도 했습니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이사장은 "지속적으로 재료비가 오른 데다 일회용품 사용 금지로 친환경 제품까지 사용하면서 부담하는 비용은 더 늘어나고 있다"며 "어쩔 수 없이 음료 가격을 올리지만 손님이 떨어져서 매출까지 줄어들까 고민하는 카페 자영업자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다행히 소비자들이 고물가에 대한 인지는 하고 있어서 가격 인사에 대해 고객들이 어느 정도는 이해해주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다만 비대면 거래서는 매우 부정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습니다. 자영업자 최대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 참치 가게를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가격 2000원 올렸다고 4년째 단골손님이 별점 테러와 함께 지금까지 남긴 별 5개 리뷰를 모조리 지운 뒤 '이제 못 먹겠네'라는 리뷰를 남겼다"고 밝혔습니다. 가격 인상으로 별점 테러를 당해 영업에 지장이 생긴 겁니다.
자영업자들은 이런 점을 우려해 가격 인상 전 소통 채널과 배달앱 등을 통해 가격 인상을 미리 예고하고 있습니다. 반성문을 쓰듯 구구절절한 시장 상황과 사연을 늘어놓기도 합니다. 가격 인상으로 이미 단골들이 떠나간 업체의 경우 새로운 고객에게 부정적인 요인이 될까봐 급히 가격 인상 공지를 다시 내리기도 합니다. 가격 인상이 자영업자에겐 결단코 쉬운 문제가 아닌 겁니다.
한 자영업자는 이 불황을 이기기 위해 다른 전략을 세웠습니다. 박정우 밀라노기사식당 대표는 가격을 올리는 대신 신메뉴를 개발했습니다. 식자재 비용이 높은 메뉴는 빼고, 식자재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신메뉴로 대체했습니다. 고객을 잃지 않아야 하기에 고객들이 꾸준히 즐겨 찾는 메뉴는 유지했습니다.
박 대표는 "전반적으로 식자재 가격이 지난해 대비 40~50%가 올랐다. 종전에만 해도 20~30% 오른 수준이었다면 그 비율의 곱절 가까이 식자재 가격이 오른 것"이라며 "자영업자들은 보통 이런 상황에서 가게를 접거나 가격을 인상하는데 지금은 손님들도 주머니가 얇은 시기이기 때문에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도록 쿠션 작용을 해주는 메뉴를 개발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올라간 인건비까지 고려하면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한국외식업중앙회는 보고 있습니다. 민상헌 한국외식업중앙회 정무위원장은 "당장 음식점에 일할 사람이 없다. 한 사람의 월급이 임대료를 넘어서는 수준인데다 회사 회식도 많이 줄었다"며 "국민 전체가 쓸 돈이 없는데 물가는 오르면서 자영업자들의 손해가 막심한 수준"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