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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중기부 R&D제도 A부터 Z까지 손질…'자율성' 무게
이영 "산으로 가 있는 배 일단 끌어내리겠다"
입력 : 2023-01-12 오후 3:18:07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중소벤처기업부가 연구·개발(R&D) 제도를 대대적으로 손질합니다. 역량을 갖춘 기업들이 혁신을 지속할 수 있도록 재무적 결격 요건을 철폐하는 등 자격요건을 완화하고 자율성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또 불필요한 프로세스를 줄이면서 효율을 끌어올렸습니다. 
 
중기부는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분야별 우수 중소기업 및 연구·개발(R&D) 전문가들과 중소기업 R&D 성과 혁신을 위해 관련 제도를 대폭 개편하는 내용의 '중소기업 R&D 제도혁신 방안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이번 제도혁신 방안은 중소기업이 도전·자율적 연구활동을 통해 확실한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신청→선정→수행→종료' 등 R&D 전 단계에 걸쳐 이뤄질 예정입니다. '역량있는 기업의 R&D 도전 기회 확대', '자율·창의적 연구환경 조성' 및 '연구 활동 책임성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인사말에서 "중기부 장관으로 부임하고 나서 R&D를 현실적으로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산으로 가 있는 배를 일단 끌어내리는 것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중기부에서 시작을 해서 정부기관이 진행하는 다양한 R&D 방식이 변화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중소기업 R&D 제도혁신 방안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중기부)
 
중기부는 우선 역량을 갖춘 기업들이 혁신에 도전할 수 있도록 R&D 기회를 더욱 확대합니다. 부채비율이 1000%를 넘는 등 재무 상황이 열악함에도 충분한 역량이 있는 기업들을 위해 재무적 결격 요건을 철폐합니다. 사업계획서는 연구개발 내용·방법, 기업의 기술개발 역량, 선행 R&D의 실적과 성과 중심으로 기입하도록 해 작성 분량을 20쪽 이내로 대폭 축소합니다. 정성지표도 폭넓게 인정합니다.
 
또한 과제 수행기업의 자유로운 연구 활동을 보장합니다. 사업계획 변경을 전문기관(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의 '사전승인' 방식에서 '사후통보' 방식으로 전환합니다. 기술적·경제적 환경이 변화돼 특정 과제의 계속 수행에 실익이 없는 경우에는 제재 없이 중단하는 절차도 함께 마련합니다.
 
인건비, 재료비 등 직접비는 사용범위 내에서 기업이 자율적으로 사용하고, 변경 시 통보하는 방식으로 개편합니다. 다만, 정부가 연구비 사용의 자율성을 대폭 부여하는 만큼 기업은 정산 단계 시 연구비 사용처, 내역, 과제수행 관련성 등을 충분히 소명해야 합니다.
 
부정행위의 엄중한 조치로 R&D의 책임성도 키웁니다. 특히 인건비 유용 또는 허위거래로 연구비를 착복하는 연구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과제 평가 시 강도 높게 반영하고, 부정행위가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경우 대표자와 연구책임자의 추적 관리 등을 통해 단호하게 대처합니다.
 
반면, 현행 전액 환수 대상인 보고서 제출 기일 위반과 같은 사소한 부주의나 불가피한 기업의 경영악화로 인한 과제 중단은 제재에서 삭제하는 등 제재조치가 합리적 수준으로 바뀝니다. 해당 내용들은 5억원 이하 과제에 우선 적용한 뒤 5억원 이상 과제에 대해서는 추후 확대할 방침입니다.
 
간담회에 참석한 교수와 기업인들은 제도 개선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다만 과제 선정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우려했습니다. 
 
노준용 한국과학기술원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대부분 R&D 과제 선정 평가를 할 때 심사 며칠 전 연락와서 심사가 가능하느냐고 묻는 경우가 많다"며 "전문성이 있는 분들은 선약이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미리 계획을 세워서 평가 일정을 잡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습니다. 또한 평가자에 대한 처우도 함께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해외 석학을 평가자로 초빙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조명현 세미파이브 대표는 "여러 단계 중 심사 부분이 가장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선정 심사를 어떻게 하느냐가 가장 큰 영향을 준다"며 "국외 석학 등 저명한 인사들을 초대해 다양한 부분에 대해 검토하고 효과적인 과제를 선정하면 국가적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100% 대면으로 평가하는 것을 바꾸려고 한다. 논문을 검토하듯이 몇 주 전 온라인으로 보내 결과를 받는 일들을 진행하려고 한다"며 "평가자에 대한 대우는 예산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쉽게 변화를 주기가 어렵지만 평가자가 선정한 과제가 경제적 파급효과나 기술적 파괴력을 발휘했을 때 이 기술을 발굴해 낸 평가자를 공개하고 최고의 평가자로 상을 주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도전적 과제의 중도포기나 변경에 대해 이 장관은 "매출은 나오지 않지만 미래 성장성이 있는 연구를 지속하기 위해 미래 시장을 예측하는 데이터를 갖고 있어야 할 것 같다"며 "그런 확신이 있어야 버틸 수 있다. 그런 역량을 보충해보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끝으로 이 장관은 "바로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고, 적어도 3년 안에 변화가 시작되는 것이 목표"라며 "본질과 가치라는 구심점을 갖고 성과를 낼 때까지 결과가 나온 것들을 연결하는 작업들을 지속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기부는 이번 개편으로 반복적인 과제 등 성장성에 부합하지 않는 과제 선정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던 과제와 평가위원 간 연관성 불일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제 내용 관련 키워드를 뽑아 알고리즘을 만드는 데이터베이스(DB) 작업도 중·장기적으로 진행할 계획입니다. 중기부는 이번 개선이 진정한 R&D를 해오던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연구비 만을 목적으로 한 좀비 기업들은 걸러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변소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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