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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등에 불 떨어져야…금융당국 선제대응 시스템 부재
금리 상승기 대출 보릿고개…뒤늦게 금융권 압박
입력 : 2023-01-18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하지만 금융당국은 '사후약방문'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경색, 자금대규모 횡령 등 내부통제 사태와 같은 중요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사전 감독과 경고의 목소리를 내는 시기를 놓쳤고, 그 피해가 급격히 확산된 후에서야  구두 경고하거나 사후 대책을 펼쳐놓는 등 당국의 정책 실기를 반복하는 양상입니다. 
 
지난 16일 금융위원회는 최근 금리 상승으로 인해 서민과 취약계층에 대한 대출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판단, 서민 대상 신규대출 중단을 지양해야한다고 당부한 바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금리인상 기조가 이어지며 서민대상 대출 위축 우려가 예견된 상황에서 당국이 이제서야 뒤늦게 금융권을 압박하고 나선겁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지난해 하반기 강원도 레고랜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채무불이행 사태로 자금시장 경색이 이어지자 당국이 뒤늦게 50조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책을 내놓은 일도 있었습니다.
 
정부가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해 시장의 채권을 사들여 기업의 조달 길을 열어주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를 두고 당국의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이 국회를 중심으로 제기됐는데요. 당시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감원장은 당국의 대책 발표 시기가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에 대해 "통감한다"고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저축은행업계에서 수백억원 규모의 PF대출 횡령과 불법 작업대출 같은 금융사고가 잇따르자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지난해 제1금융권인 우리은행에서 700억원이라는 최대규모의 횡령사건이 터졌는데요. 횡령이 일어난 6년여 동안 금감원은 우리은행을 11차례나 검사했음에도 이같은 범행을 포착하지 못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당국 책임론이 불거졌습니다.
 
지난해에는 삼성증권과 KB국민카드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하면서 금융사 개인정보 보안에 구멍이 드러났습니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에서 횡령, 대출 사고가 일어날때마다 '내부통제 개선'이라는 대책을 내놓지만, 틀에 박힌 대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배경입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6일 열린 가상자산 관련 금융리스크 점검 토론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은 물가 교란, 이자 상승 등 비상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시기일수록 은행의 공적기능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사진=금감원)
 
금융당국 수장들은 올해 신년사에서 '잠재리스크 대응', '대내외 리스크요인별 상시감시', '선제적 관리' 등을 내세우며 글로벌 경기 불안  요인 속에서 금융시장 안정과 서민금융을 지켜내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외침에도 시민단체와 금융업계 등에서는 금융당국의 반복되는 실책과 뒷북대응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여전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감독업무 자체가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은 맞지만 감독과 규제가 항상 시장의 변화에 후행하고 있어 좀 더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선제적 모니터링 대응 체제 구축이라는 것은 금융업계에서 이상적으로 내세우는 모범답안과 같지만 실제 현실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것 같다"면서 "이보다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을만한 강제성을 띈 규제와 감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금융당국 수장들이 최근들어 금융권에 서민층 대출 중단을 지양하고, 성과급 등 은행권의 보수체계가 문제가 있다고 언급하는 등의 발언을 내놓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가 새어나옵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이 무질서하고, 위기가 임박한 가운데 구두로 신호를 주는 것는 이해되지만 비상 상황도 아닌데 메시지를 남발하는 것은 기존 정책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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