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최근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의 아파트 단지들이 무더기로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해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목동 신시가지 단지들은 1985년부터 1988년까지 14개 단지, 약 2만7000가구로 조성돼 일찌감치 재건축 연한을 넘겼습니다. 오랫동안 고생하다가 이번에 3·5·7·10·12·14단지가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하며 재건축이 확정됐는데요. 1·2·4·8·13단지의 경우 '조건부 재건축'을 유지했지만 양천구가 이들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안전진단 결과보고서 검토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적극적인 행정지원을 예고한 만큼 이들도 올해 안에 재건축 확정 판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안전진단에서 최종 탈락한 9·11단지는 안전진단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하지만 최근 기준이 완화돼 최종 통과에는 무리가 없을 거란 분위깁니다. 6단지는 2020년 6월 목동 단지 가운데 처음으로 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해 신속통합기획 대상지로 선정됐습니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은데 거래는 활발하지 않습니다. 목동의 경우 주택 매입과 함께 2년간 실거주해야 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있기 때문이죠. 투기 수요 유입을 막기 위한 장치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불가능합니다. 아이가 어릴 때 집을 사놓았다가 입학 시기에 맞춰 입주하는 것도 막히게 됐죠. 올해 4월 27일 만료를 앞두고 있는데 지정이 해제된다면 시세도 들썩일 수 있겠죠. 집주인들은 규제 완화를 기대하는 눈치더군요. 이와 달리 매수인들은 고금리 여파와 남아 있는 규제를 이유로 추가 하락을 기다리며 눈치 보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토지거래허가 규제뿐 아니라 재건축의 최대 걸림돌로 꼽히는 초과이익환수제도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지난해 9월 재건축 부담금 면제 기준을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리는 '재건축 부담금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서울과 수도권에선 체감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2006년 도입된 환수제는 20012년 연말부터 2017년 연말까지 유예됐다가 집값 상승기인 2018년 부활했습니다. 용산구 이촌동의 '한강맨션'은 지난해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가구당 7억7000만원의 재건축초과이익환수금 예정을 통보받았죠.
게다가 14개 단지 가운데 1·2·3단지는 지구단위계획상 2종 주거지역입니다. 나머지 11개 단지는 3종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용적률과 층수 제한으로 사업성이 낮아 1·2·3단지 주민들은 종 상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3종 주거지역의 경우 재건축 시 용적률을 최대 300%까지 적용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가 지난해 11월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목동지구택지개발사업 지구단위계획구역 및 계획 결정변경안을 심의·의결한 결과에 따른 것이죠. 이에 따라 용적률 120%인 11단지의 경우 2배 이상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거래가 눌린 상황에서도 학군·교통·생활 편의성을 두루 갖춘 대장 단지인 7단지는 여전히 굳건합니다. 문제는 가격이겠죠. 중개업소에서는 가격 부담을 느끼는 고객들에게 11단지를 추천합니다. 부담이 덜하고 투자와 실거주 목적 모두를 만족할 수 있어서랍니다.
목동 11단지 전경. 19개동, 1595가구로 구성됐으며 지난 1988년에 준공했습니다. (사진=홍연 기자)
목동11단지 안에 정비계획 입안제안을 위한 동의서 접수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습니다. (사진=김창경 기자)
같은 목동신시가지 단지지만 행정동상 신정동에 해당하는 8~14단지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데, 11단지는 20평·27평 소형만 있어도 대지지분이 넓다는 것이 강점입니다. 11단지는 공급평형 27평 기준 대지 지분이 70㎡로 14개 단지 가운데 1위입니다. 목동 경전철이 개통하면 신트리공원역사가 생기는 역세권 후보인 데다 서부트럭터미널 부지 개발 등의 호재도 있습니다.
11단지에서는 74㎡(전용면적 51㎡)형 올수리 매물이 12억원에 급매로 나와 있습니다. 같은 평대에 나온 3개 매물 역시 12억원 선입니다. 7단지 같은 평수와 5억원 정도 차이가 나네요. 지난해 11월에는 최고가 15억7000만원보다 3억원 이상 떨어진 12억5000만원에 실거래됐습니다. 지난해 1월 14억6000만원에 매매된 이후 하락세입니다.
거주 편의성을 보자면, 7단지 앞 중심상업지역까지 2km 정도 거리여서 걷기는 힘들고, 단지 가까이에 있는 2호선 양천구청역은 지선이라 신도림역에서 갈아타야 합니다. 김포공항 옆이라 그런지 비행기 소음도 있더군요.
그렇다면 학군은 어떨까요. 계남초, 봉영여중, 목동고가 단지 내에 있습니다. 남학생의 경우 길 건너 신서중학교에 배정되고요. 뒷단지 학원 밀집가까지는 도보로 15분 정도면 갈 수 있습니다. 자녀의 통원을 위해 학원가에서 기다리기보다는 학부모보다는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경우가 많더군요. 실제로 단지 내 자전거 거치대에는 자전거들이 빼곡하게 세워져 있습니다.
재건축 사업이 빠르기 추진되기는 어렵기에 아예 투자 대신 학군 목적으로만 비단지로 눈을 돌리는 수요도 있습니다. 약 1500세대의 목동한신청구를 추천하는 중개업소도 있습니다. 정비사업은 속도가 생명인데 리모델링은 입주가 빠르고 완공 시 집값이 오르면서 한 번 더 갈아탈 기회를 노린다는 거죠. 그러나 상승장에서 목동 단지 아파트 만큼 오르지 못한다는 한계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결국 목동 아파트단지에 입성하고 싶다면 장기전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습니다. 미취학 아동을 둔 부부가 들어와 조합원 지위 양도 기간인 10년 보유 및 5년 거주 기간을 채우면서 '몸테크'(몸+재테크 합성어)를 하다가 착공 전 집값 상승기에 팔아 7단지 등 상급지로 이동할 수도 있습니다. 집은 남들이 안 살 때 기회라던데 결국 적기였는지는 시간이 증명해주겠죠.
목동 앞단지 내에 위치한 학원가 전경입니다. (사진=홍연 기자)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